저렴한 집이 더 빠르게 내린다…첫 주택 구매자에게 기회일까, 부담일까

1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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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주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이 고가 주택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 집 마련을 기다려온 예비 구매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처럼 들릴 수 있지만, 집값 하락과 실질적인 구매 부담 완화가 반드시 함께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Ray White의 수석경제학자 네리다 코니스비(Nerida Conisbee)는 8개 주도의 주택가격 하위 25%와 상위 25% 구간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올해 1월에는 저가 단독주택의 3개월 가격 흐름이 고가 주택보다 평균 1.3%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9월에는 상황이 역전돼 고가 단독주택이 0.18%포인트, 고가 유닛이 0.32%포인트 더 나은 흐름을 보였다. 이는 고가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반적인 약세 속에서 가격대별 하락 속도에 차이가 생겼다는 뜻이다.

코니스비는 이 같은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투자자 수요의 변화를 지목했다. 5월 예산에서 네거티브 기어링과 양도소득세 관련 세제가 조정되면서 기존 투자주택의 세제 매력이 줄었고, 저가 주택에 집중됐던 투자 수요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세제 변화 하나만으로 모든 지역의 가격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더 넓은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Domain의 9월 분기 보고서에서는 모든 주도의 단독주택 가격이 15년 만에 동시에 하락했다. 주도 합산 기준으로 단독주택 가격은 전 분기보다 4.7%, 유닛은 3.5% 떨어졌다. 도시별로는 퍼스(Perth)의 단독주택 하락률이 7.4%로 가장 컸고, 시드니(Sydney)는 4.7%, 멜버른(Melbourne)은 3.3%를 기록했다. Domain은 높은 금리와 생활비 부담이 구매 여력을 낮추고 있으며,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심리가 거래를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매각 기간이 길어지고 가격 협상 여지가 커지는 등 구매자에게 유리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소비자 자신감과 실질적인 구매력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다.

통계를 해석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도시 전체의 단독주택 중간가격을 비교하는 것과, 도시 안에서 저가·고가 주택의 상대적 성과를 비교하는 것은 서로 다른 분석이다. 특정 도시의 전체 하락 수치만으로 그 도시의 모든 저가 주택이 같은 비율로 떨어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첫 주택 구매자에게 미치는 실제 영향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아직 집을 구입하지 않은 사람은 낮아진 가격과 늘어난 협상 기회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적은 보증금으로 이미 집을 산 가구는 가격 하락이 자신이 보유한 주택의 순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한 단순한 계산 예시를 들어보면, 80만 달러짜리 주택을 보증금 5%(4만 달러)와 대출 76만 달러로 구입했다고 가정할 때, 이후 집값이 5% 하락하면 주택 가치는 76만 달러가 된다. 대출 원금이 그대로라는 가정 아래에서는 주택 가치와 대출 잔액의 차이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물론 실제로는 원금 상환 진행 상황과 거래비용, 개별 주택 가치 변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 계산은 집값이 반드시 5% 떨어진다는 전망이 아니라, 초기 자기자금이 적을수록 가격 변동이 순자산에 더 크게 반영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예시다.

정부의 낮은 보증금 지원제도를 활용할 때도 이 점은 중요하다. ASIC 산하 소비자 금융정보 서비스 머니스마트(Moneysmart)는 5% 보증금 제도가 자격을 갖춘 첫 주택 구매자의 초기 진입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초기 보증금을 마련하는 문제와 구입 후 대출을 갚아나가는 문제는 별개다. 주택 보유에는 대출 상환 외에도 지방세, 보험, 유지·보수비, 해당되는 경우 스트라타 관리비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매매가격이 낮아졌다는 사실만으로 매달 필요한 총지출이 충분히 줄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출 조건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머니스마트는 금리와 수수료, 상환방식, 대출기간을 함께 비교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원리금 상환대출은 정기적으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지만, 이자만 내는 기간에는 대출 원금이 줄지 않는다. 또한 대출기간을 늘리면 월 상환액은 낮아질 수 있어도 전체 이자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변동금리는 향후 바뀔 수 있고, 고정금리도 약정기간이 끝난 뒤 조건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머니스마트는 현재보다 금리가 3%포인트 높아졌을 때의 상환 비용도 미리 계산해 가계의 대응 여력을 점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금리 상승을 예측한 수치가 아니라 재정 여유를 가늠하기 위한 기준이다.

결국 이번 저가 주택 약세 분석은 첫 주택 구매자가 마주하는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다. 하지만 전국적인 통계가 개별 매물의 적정가격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실제 구매 판단에는 같은 지역에서 최근 거래된 비슷한 주택의 가격, 건물 상태, 필요한 수리비, 대출 조건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장가격이 내려가는 동안에도 어떤 가구에는 구매 기회가 넓어지고, 다른 가구에는 자산과 상환 부담을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앞으로의 관심은 가격 하락이 거래 회복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금리와 생활비 부담이 완화돼 구매자들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을지에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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