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RBA) 통화정책위원회가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4.35%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올해 2월, 3월, 5월 세 차례 연속으로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린 뒤 처음으로 인상을 멈춘 것이다.
RBA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이전 금리 인상의 효과와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과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이번 동결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시장에서는 6월 인상 가능성을 거의 0%로 보고 있었다.
미셸 불록 총재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강조하며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록 총재는 또한 인플레이션 억제가 이미 오른 물가를 되돌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경험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모든 것의 가격이 영구적으로 높아진 상태"라며,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고 해서 물가가 자동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이 시기가 모든 가계에 어려운 시간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서 이사회는 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했지만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불록 총재는 이사회가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경계(vigilant)'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것이 곧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들어 세 차례 연속 인상이 이뤄진 배경에는 가파른 인플레이션 상승이 있다. 2025년 6월까지만 해도 연간 1.9%에 머물던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6년 3월 기준 4.6%까지 치솟았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했으며, 이에 RBA는 올해 초부터 공격적인 긴축 기조를 유지해왔다. 다만 4월 연간 인플레이션은 4.2%로 3월의 4.6%보다 다소 낮아졌으며, 이는 이번 동결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 동결 결정은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수백만 가구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주고 있다. 세 차례 연속 인상으로 모기지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파인더(Finder) 조사에 따르면 호주 주택 소유자의 약 40%가 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올해 초 35%에서 증가한 수치다. 로이 모건 리서치는 현재 약 155만 명의 모기지 보유자가 상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추산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감지되고 있다. 시드니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통상 연간 8~9%에 달하지만 현재 2.53%로 크게 둔화됐으며, 멜버른은 0.5%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동결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주요 은행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ANZ, CBA, NAB 등 3개 대형 은행은 금리가 이미 정점에 달했으며 2026년 내내 4.35%를 유지하다가 2027년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웨스트팩(Westpac)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시장은 2026년 중 한 차례 더 인상될 가능성을 약 5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RBA의 다음 통화정책 회의는 8월에 열릴 예정이다. 그 전에 6월 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월 말 발표될 예정이어서, 이 데이터가 향후 금리 결정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RBA가 해당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확인한 뒤 추가 인상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