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 올림픽 주경기장 공사 강행…원주민 성지 훼손 우려 속 시위대 새벽 강제 해산 | 호주나라
브리즈번 올림픽 주경기장 공사 강행…원주민 성지 훼손 우려 속 시위대 새벽 강제 해산
약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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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 도심 인근에 위치한 빅토리아 파크(바람빈)에서 2032 브리즈번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사 개시와 함께 경찰이 새벽 1시경 현장에 투입돼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이 연행됐다.
빅토리아 파크는 터발(Turrbal)과 유게라(Yuggera) 부족의 전통 땅 위에 자리한 64헥타르 규모의 유산 등재 공원으로, 원주민 언어로 '바람이 부는 곳'을 뜻하는 '바람빈(Barrambin)'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원주민 장로들은 이 공원 안의 샘물이 수 세대에 걸쳐 치유의 장소로 여겨져 왔다고 전한다. 공사가 시작된 월요일, 이 치유의 샘 주변은 울타리와 굴착 장비, 그리고 경찰로 둘러싸였다.
퀸즐랜드 주 정부는 이 부지에 약 38억 달러 규모의 올림픽 주경기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경기장은 2032년 올림픽 개·폐막식과 육상 경기의 중심 무대가 될 예정이며, 대회 이후에는 AFL과 크리켓 홈구장으로 활용된다는 방침이다. 주 정부는 또한 현재 부지 내에 있는 민간 골프장이 철거되면 공원의 더 많은 공간이 시민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 사업은 처음부터 논란을 안고 출발했다. 데이비드 크리사풀리 퀸즐랜드 주지사는 선거 당시 올림픽을 위한 신규 경기장을 짓지 않겠다고 공약했으나, 당선 6개월 만인 2025년 3월 빅토리아 파크 개발 계획을 공개하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 결정은 원주민 전통 보호자들과 환경 단체,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원주민 전통 보호자들은 공사가 신성한 샘과 고목을 훼손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들은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 주민 문화유산 보호법(ATSIHPA)에 따라 연방 환경부 장관에게 여러 차례 문화유산 보호 신청을 제출했다. 그러나 연방 환경부 장관은 이 신청들을 잇따라 기각했다. 장관은 독립 조정자를 임명해 이해 당사자들 간의 구조적 대화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원주민 보호자들은 이것이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공사 개시 전날인 일요일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빅토리아 파크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원주민 전통 보호자들과 '빅토리아 파크를 지키자(Save Victoria Park)' 캠페인 참가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원주민 활동가 A씨는 바람빈이 모든 원주민에게 신성한 장소이며,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전통이 이 땅에 깃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원주민 장로 B씨는 이 부지가 자신에게 깊은 개인적·문화적 의미를 지닌 곳이라고 밝혔다.
시위대 일부는 수개월 전부터 공원 안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이어왔다. 원주민 활동가들은 부지가 울타리로 막히기 전 주말 동안 집중 행동에 나섰고, 경찰은 금요일 새벽 기습적으로 농성 캠프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 남성이 경찰에 의해 제압되는 장면이 목격됐으며, 비판론자들은 이를 '기습 단속'이라고 규정했다.
게임즈 독립 인프라 조정청(GIICA)은 일요일 자정을 기해 공식적으로 부지 관리권을 넘겨받았다. 반대 측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법적 절차를 통해 공사를 막으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빅토리아 파크를 지키자' 캠페인 측은 올림픽 유치 계약서에 "법정 자연 보호 구역, 문화 보호 구역, 세계유산 지역에는 영구 올림픽 시설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며, 이 사업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캠페인 측 일원이 스위스 IOC 본부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주 정부는 이 경기장이 현재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브리즈번 크리켓 그라운드(가바)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바는 2032년 대회 이후 철거될 예정이다. 그러나 원주민 전통 보호자들과 시민 단체들은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올림픽 개막까지 6년을 남긴 시점에서 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