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일부터 호주의 부동산 거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날을 기점으로 부동산 중개인, 바이어스 에이전트, 변호사, 회계사, 컨베이언서 등 부동산 거래에 관여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법(AML/CTF Act)의 적용을 받게 됐다. 이번 개혁은 2024년 11월 연방의회를 통과한 AML/CTF 개정법에 근거하며, 기존에 은행·카지노·금융기관에만 적용되던 규제망이 부동산을 포함한 전문 서비스 분야로 대폭 확대된 것이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이른바 '트란쉐 2(Tranche 2)' 규제 대상 확대다. 기존 규제 대상 기관들은 이미 2026년 3월 31일부터 개정 의무를 이행해야 했지만, 부동산 관련 신규 규제 대상 사업자들은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법적 의무를 지게 됐다. 호주 금융정보기관인 AUSTRAC은 이번 조치로 약 9만 개에 달하는 새로운 사업자가 규제 범위에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중개인이 매매를 중개할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가 해당 중개인의 고객으로 간주된다. 즉, 중개인은 거래 양 당사자 모두에 대해 AML/CTF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거래 전 고객 신원을 확인하고, 자금 출처를 파악하며, 법인 구매자의 경우 실질적 소유자(beneficial owner)까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정치적으로 노출된 인물(PEP) 목록 및 제재 데이터베이스와의 대조 확인도 의무화됐다.
이 같은 절차는 은행권에서 '고객알기제도(KYC)'로 불리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부동산 거래에서는 서비스 제공 전에 초기 고객 실사(Initial CDD)를 완료해야 하며, 거래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지속적 고객 실사(Ongoing CDD)도 병행해야 한다. 고위험 고객에 대해서는 강화된 실사(Enhanced Due Diligence) 절차가 추가로 적용된다.
현금 또는 현금 등가물로 1만 달러 이상이 지불되는 경우에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없더라도 AUSTRAC에 '한도 거래 보고서(Threshold Transaction Report, TTR)'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부동산 전문가는 고객 신원 확인 및 관련 거래 기록을 거래 종료 후 최대 7년간 보관할 의무를 진다.
규제 대상 사업자들은 AUSTRAC에 보고 기관으로 등록하고,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을 평가하는 내부 AML/CTF 프로그램을 문서화해 운영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위험 평가, 고객 신원 확인 절차, 직원 교육, 이사회 또는 고위 경영진의 감독 체계, 독립적 검토 절차 등이 포함돼야 한다. 단순히 서식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사업 환경에 맞게 운영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돼야 한다.
다만 모든 부동산 관련 활동이 규제 대상은 아니다. 임대 수익 및 비용 관리를 위한 신탁 계좌 운용, 부동산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 전 단계의 일반적·가상적 조언, 단순 제3자 소개, 단기 임대 계약, 법원 명령에 의한 이전 등은 지정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아 AML/CTF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규제 확대의 배경에는 부동산 분야가 자금세탁에 악용될 위험이 높다는 국내외 공통된 인식이 있다. 범죄 수익을 부동산을 통해 세탁할 경우 불법 자금을 은닉하는 동시에 주택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회적 피해가 크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 기준에 맞춰 호주의 규제 체계를 현대화하는 것도 이번 개혁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AUSTRAC은 초기 시행 기간 동안 교육 우선 접근 방식을 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는 엄격하다. 경미한 위반의 경우 시정 명령이 내려지지만,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호주 규제법상 최고 수준의 민사 제재금이 부과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은행과 카지노들이 AML/CTF 위반으로 수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사례가 있다.
일반 주택 매수자와 매도자 입장에서는 이번 변화로 인해 신분증 제출, 전자 이체 방식 결제, 자금 출처 문서화 등의 절차가 추가된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거래에서 실질적인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래 전 준비 서류가 늘어나는 만큼 사전에 필요한 서류를 미리 챙겨두는 것이 거래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