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2025년 12월부터 시행한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이용 금지 조치가 시행 6개월을 맞았지만, 실질적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인사이트 플랫폼 퓨어프로파일(Pureprofile)이 부모, 교사, 청소년 등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16세 미만의 78%가 여전히 금지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 도입 이전의 접속률 84%와 비교해 소폭 감소한 수준에 불과하다.
호주는 2024년 11월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 2021)을 개정해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계정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2025년 12월 10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스레드, 틱톡, 트위치, X(구 트위터), 유튜브, 킥, 레딧 등이 연령 제한 플랫폼으로 지정됐다. 플랫폼 측이 16세 미만의 계정 생성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최대 4,950만 호주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반면 규정을 위반한 청소년이나 부모에게는 별도의 처벌이 없다.
연령 인증 시스템의 실효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연구에 따르면 16세 미만 청소년 중 얼굴 인식 연령 인증을 실제로 받은 비율은 31%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인증을 받은 청소년 중 절반가량이 16세 이상으로 잘못 판정돼 플랫폼 접속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인증 시스템 자체의 정확도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우회 시도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조사 결과 16세 미만 청소년의 41%가 금지 조치를 피하려 시도했으며, 부모의 43%는 자녀가 규제를 우회하려 했다고 답했다. 부모 계정이나 형제자매의 계정을 이용하거나, 웹 브라우저·게임 플랫폼·비주류 앱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한 청소년은 반려견 사진으로 얼굴 인식 인증을 통과했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부모들의 규제 이행 의지는 높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크다. 응답자의 57%는 금지 조치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42%는 이를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규제 자체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높아, 응답자의 76%가 금지 조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호주 eSafety 커미셔너는 시행 초기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계정이 약 470만 개 삭제됐다고 밝혔으나, 이후 기존 미성년 이용자의 약 70%가 결국 틱톡,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에 다시 접속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커뮤니케이션부 장관 아니카 웰스(Anika Wells)는 2026년 3월 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 유튜브를 대상으로 금지 조치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eSafety 커미셔너는 이미 미성년자임을 스스로 밝힌 이용자들이 연령 인증을 반복 시도할 수 있도록 허용한 플랫폼들을 문제 삼았다.
퓨어프로파일의 최고경영자 마틴 필츠(Martin Filz)는 "다른 나라들이 호주의 사례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번 데이터는 전략을 다듬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면서도 "결국 정책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으며, 부모의 의지와 실질적인 제한 능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의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를 도입한 국가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여러 나라가 유사한 규제를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법적 규제만으로는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속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연령 인증 기술의 정확도 개선과 가정 내 교육의 병행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