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국제 유학생 비자 심사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2026년 2월 역외 고등교육 학생 비자(서브클래스 500) 거부율이 32.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20년 만에 가장 높은 월별 수치로, 호주 통계청(ABS) 데이터와 연방 내무부(DHA)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거부율 급등은 특정 국가 출신 신청자에게 집중됐다. 2월 기준 네팔 출신 고등교육 비자 신청자의 거부율은 65%에 달했고, 방글라데시는 51%, 인도는 40%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출신 신청자의 거부율은 약 3%에 그쳐 국가별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들 남아시아 국가들은 2026년 1월 8일부로 위험도 평가 3등급(Assessment Level 3)으로 재분류되면서 영어 능력 시험 성적 제출, 상세한 재정 증빙 등 더욱 엄격한 서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흐름은 3월에도 이어졌다. 3월 역외 고등교육 비자 승인율은 59%로 떨어져, 2월에 기록된 종전 최저치인 67.6%를 다시 경신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비자를 거부당하는 셈이다.
거부율 상승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기존의 '진정한 임시 체류자(Genuine Temporary Entrant)' 요건을 대체하는 '진정한 학생(Genuine Student, GS)' 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신청자가 실제로 호주에서 공부할 의사가 있는지, 선택한 과정이 학업 및 진로 목표와 부합하는지를 더욱 면밀히 따진다. 또한 허위 서류 제출 등 부정 신청에 대한 우려도 거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정치적 압력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주택 부족과 임대료 급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유학생을 포함한 임시 이민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학생 비자가 이민 감축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유학생이 호주 전체 주택 임차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6%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주택난의 원인을 유학생에게 돌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호주 대학들은 2026년 예산을 각 기관에 배정된 해외 유학생 정원 한도를 기준으로 편성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높은 비자 거부율로 인해 재정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빅토리아주 공립 대학들의 경우 2025년 수입의 34%를 국제 유학생에게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더욱 크다. 일부 대학들은 2026년 7월 학기 신입생이 10~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강사 인력 조정과 연구 예산 삭감 등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 감소도 대학들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호주 유학생의 28~37%를 차지하는 최대 송출국이었으나, 2026년 2월 비자 신청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해 1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둔화, 지정학적 긴장, 중국 내 교육 수준 향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대학들은 남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해당 지역에서의 높은 비자 거부율로 인해 이 전략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체 국제 유학생 수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12월 기준 연간 누적 유학생 수는 84만 6,321명으로 전년 대비 0.5% 줄었으며, 신규 입학자 수는 15% 감소했다. 2026년 1월 전체 국제 유학생 등록 수도 전년 동기 대비 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비자 신청 비용 부담도 커졌다. 2025년 7월부터 학생 비자 신청 수수료가 2,000호주달러로 인상됐으며, 이 금액은 비자가 거부되더라도 환불되지 않는다. 임시 졸업 비자(서브클래스 485) 수수료도 4,600호주달러로 두 배 인상되면서, 호주의 졸업 후 취업 비자 비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Universities Australia(대학 협회)는 여야 모두 유학생을 손쉬운 정치적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며, "불안정과 정책 변동의 2년이 지난 지금, 이 분야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성, 확실성, 그리고 명확한 장기 전략"이라고 촉구했다. 국제 유학생 교육을 단순한 재정 수단이 아닌 교육 파트너십으로 바라보는 정책 전환 없이는 호주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도 장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