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부동산 시장이 30년 만에 아홉 번째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메인이 발표한 FY2027 주택 가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시드니 주택 가격은 향후 12개월간 최대 7%, 멜버른은 최대 8%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전망은 도메인이 지난 30년간 완료된 8개의 주택 가격 사이클을 분석한 '가격 사이클 보고서'와 함께 발표됐다.
이번 하락세의 핵심 원인으로는 2026년 상반기 호주중앙은행(RBA)의 세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 꼽힌다. RBA는 2026년 초부터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려 현재 연 4.35%까지 끌어올렸으며, 6월 회의에서는 동결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연방정부의 네거티브 기어링 및 양도소득세 개편 조치가 일부 투자자들의 기존 주택 매입 의욕을 꺾으면서 시장 하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도메인 수석 주거 경제학자 니콜라 파월은 두 분기 연속 가격 하락이 확인될 때 공식적인 하락 국면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시드니와 멜버른은 6월 분기 데이터가 집계되면 두 번째 연속 마이너스 분기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시장이 이제 막 하락 초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6월 분기 기준 시드니는 3.2%, 멜버른은 2.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이 대출 여력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다. 도메인 분석에 따르면 세 차례의 금리 인상으로 전반적인 대출 한도가 7~8%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평균 대출액 73만6000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 25bp 인상 한 번에 월 상환액이 약 120달러 늘어나는 구조여서 세 차례 인상을 모두 반영하면 월 360달러가량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이처럼 소득 대비 대출 규모가 큰 시드니와 멜버른 구매자들이 다른 도시보다 이번 사이클의 충격을 더 크게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브리즈번과 퍼스는 이번 하락 국면과 무관하게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도시는 인구 유입, 빡빡한 임대 시장, 지속적인 공급 부족을 바탕으로 FY2027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애들레이드 역시 상승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며, 도메인은 이들 세 도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월은 "이는 다속도 시장"이라며 일부 도시는 하락이 아닌 성장 둔화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매 시장 지표도 냉각세를 뚜렷이 반영하고 있다. 경매 낙찰률은 5월 말 이후 50% 아래로 떨어진 상태이며, 주요 도시 주택 거래량은 1년 전보다 16.2% 감소했다. 소비자 신뢰지수 역시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낙찰률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ANZ, 웨스트팩, CBA 등 주요 은행들도 2026년 성장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웨스트팩은 올해 전국 주택 가격이 보합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RBA가 2027년 중반께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도메인도 기준금리가 4.35%에서 정점을 찍었으며, 첫 인하는 2027년 6월 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은 "하락장은 실시간으로 체감할 때 급격하게 느껴지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짧고 얕은 수준에 그쳤으며 이전 상승분을 되돌리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때마다 시장 회복의 촉매제가 됐으며, 이번 사이클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대출 여력이 추가로 2.5% 줄어들어 하락 폭이 전망치의 하단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시장 바닥을 기다리다 적절한 매수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도메인은 인구 증가와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여전히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단기 하락 압력이 지속되더라도 장기적인 시장 펀더멘털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