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호주 주택 시장의 문을 두드려온 예비 구매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시드니와 멜버른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 뛰어들려는 이들에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집값이 내려가는 속도보다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금융 비교 플랫폼 캔스타(Canstar)가 웨스트팩(Westpac)의 부동산 가격 전망과 코탈리티(Cotality)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시드니의 주택 중간 가격은 올해 첫 4개월 동안 이미 약 1만 9,000달러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추가로 약 3만 달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멜버른 역시 연말까지 약 1만 8,000달러 추가 하락이 전망된다.
하지만 문제는 집값 하락보다 대출 여력 감소가 훨씬 가파르다는 점이다. 평균 풀타임 임금을 받는 단독 구매자의 경우, 최근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최대 대출 한도가 약 3만 5,800달러나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같은 기간 시드니 집값 하락폭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커플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두 사람의 합산 대출 여력이 7만 1,000달러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호주중앙은행(RBA)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있다. RBA는 2025년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하며 차입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줬지만, 2026년 들어 다시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했다. 올해에만 세 차례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는 4.35%까지 높아진 상태다. 웨스트팩은 올해 안에 추가로 두 차례 더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차입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캔스타의 데이터 인사이트 디렉터 샐리 틴달(Sally Tindall)은 시드니의 주택 중간 가격이 여전히 160만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3만 달러 추가 하락은 반올림 오차에 가까울 뿐, 실질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집값이 내려가고 있다는 소식이 예비 구매자들에게 반가울 수 있지만, 그 하락폭이 대출 여력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편, 호주 전체 부동산 시장은 도시별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드니와 멜버른이 하락세를 걷는 반면, 퍼스와 브리즈번은 강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캔스타 분석에 따르면 퍼스의 주택 가격은 연말까지 약 3만 9,000달러, 브리즈번은 약 3만 2,000달러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코탈리티 데이터에 따르면 퍼스의 주택 가치는 지난 12개월간 24.3% 급등하며 다른 도시들을 크게 앞질렀고, 매물이 나오면 평균 9일 만에 팔릴 정도로 수요가 뜨겁다.
시드니의 경우 주간 주(州) 간 인구 이동에서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멜버른은 신규 주택 공급 증가와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가격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퀸즐랜드 남동부와 퍼스는 개발 속도를 웃도는 인구 유입이 지속되면서 공급 부족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택 구입을 위해 소액 보증금 제도를 활용한 구매자들에게는 또 다른 우려가 제기된다. 5% 보증금 제도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구매자들은 집값 하락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대출 잔액보다 낮아지는 '네거티브 에퀴티'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크리스 보웬(Chris Bowen) 주택부 장관은 정부의 주택 정책을 개별 정책이 아닌 패키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기어링과 양도소득세 공제 개혁, 주택 건설 지원,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내 집 마련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보웬 장관은 "주택 시장에는 단기적인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정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집값 추가 하락을 기다리며 관망하는 전략이 대부분의 구매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리 인상으로 이미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이 더 내려가더라도 실질적인 구매력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매물이 나오면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최근 실제 거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집값 하락이라는 표면적인 수치와 실제 구매 가능성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호주의 주택 구입 문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