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시드니 주택 시장에 뚜렷한 냉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SQM 리서치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시드니의 주택 매도 호가(asking price)가 한 달 사이 1.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올해 들어 이어진 금리 인상과 세제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p> <p>호주 중앙은행(RBA)은 2026년 2월, 3월, 5월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현금금리를 4.3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단행된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사실상 전부 되돌린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은 RBA의 각 결정 이후 며칠 내로 변동금리 대출 고객에게 인상분을 전액 전가했다. RBA는 6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며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p> <p>금리 인상의 여파는 시드니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SQM 리서치의 주간 매도 호가 지수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기준 시드니의 월간 합산 매도 호가 하락폭은 2.8%에 달해 전국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도 주택 매도 호가는 한 달 새 1.4%, 유닛은 0.7% 하락하며 합산 기준 1.3% 내렸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7.6%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장기 상승분이 단기 조정을 일부 완충하는 모습이다.</p> <p>경매 시장도 위축세가 뚜렷하다. 2026년 6월 14일 마감 주 기준 시드니의 경매 낙찰률은 47.2%로, 코로나19 봉쇄 기간이었던 2020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찰률이 50%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은 경매에 나온 매물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팔리지 않고 유찰되거나 취하됐다는 의미다. 이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p> <p>한편 이번 시장 냉각에는 금리 요인 외에도 세제 개혁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6년 연방 예산안을 통해 발표된 양도소득세(CGT) 50% 할인 폐지와 30% 최저세율 도입, 슈퍼애뉴에이션(퇴직연금)을 통한 신규 주거용 부동산 대출 금지 등의 조치가 투자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슈퍼를 활용한 주거용 부동산 신규 대출은 2026년 8월 10일부터 전면 금지될 예정이어서, 그 전에 투자 결정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과 관망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p> <p>대형 은행들도 잇따라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웨스트팩 IQ는 2026년 전국 주택 가격이 연간 기준 보합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으며, 시드니와 멜버른은 각각 3%, 4% 하락을 예상했다. ANZ 리서치는 시드니 주택 가격이 2026년 한 해 동안 0.7%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CBA 역시 단기적으로 시장이 약세를 보이겠지만, RBA가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시점에 맞춰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봤다. CBA 이코노미스트들은 RBA가 2027년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p> <p>차입 여력 감소도 시장 냉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상으로 단독 소득자 기준 평균 차입 한도가 약 3만 6천 달러 줄었고, 맞벌이 가구는 약 7만 2천 달러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도메인 리서치는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로 전반적인 차입 능력이 7~8%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시드니와 멜버른은 소득 대비 대출 비율이 다른 도시보다 높아 이 같은 차입 여력 감소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p> <p>반면 퍼스, 애들레이드, 브리즈번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코탈리티(구 코어로직)의 전국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6월 전국 주택 가격은 0.4% 하락해 2022년 12월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지만, 퍼스와 애들레이드, 브리즈번은 여전히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다. 다만 이들 도시의 상승 속도도 올해 초에 비해 크게 둔화된 상태다. 도메인의 2027 회계연도 전망에 따르면 시드니와 멜버른은 2027년 6월까지 주택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퍼스, 애들레이드, 브리즈번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p> <p>전문가들은 2026년 하반기와 2027년 상당 기간 동안 시장이 지역별, 주택 유형별로 뚜렷하게 엇갈리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고 자산 여력이 충분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격을 방어하는 반면, 금리 인상과 생활비 압박에 더 취약한 외곽 지역은 더 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RBA가 2027년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그 시점이 시장 안정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