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 차입자 절반 이상이 모기지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융 비교 플랫폼 파인더(Finder)가 올해 7월 16세 이상 호주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291명 중 55%가 모기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차입자들은 평균적으로 세후 소득의 38%를 매달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쏟아붓고 있었다.</p> <p>모기지 스트레스란 가구 소득의 30% 이상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지출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지표다. 이 기준은 1969년 미국의 주택도시개발법(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Act)에서 비롯됐다. 당시 브루크 수정안(Brooke Amendment)은 공공주택 임대료를 가구 소득의 25%로 제한했고, 1981년에는 이 상한선이 30%로 상향됐다. 이후 30% 기준은 임차인과 주택 소유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주거 부담 지표로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호주에서는 호주중앙은행(RBA)에 따르면 1991~92년 국가주택전략(National Housing Strategy)을 통해 이 기준이 도입됐다.</p> <p>파인더의 주택담보대출 전문가 리처드 위튼(Richard Whitten)은 이 지표를 절대적인 기준선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참고 수치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구 지출 구조가 어떤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육아비나 사립학교 학비처럼 큰 지출이 있는 가구는 여유 폭이 훨씬 좁아진다"고 설명했다.</p> <p>전문가들은 이 30% 기준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호주주택도시연구소(AHURI)의 톰 알베스(Tom Alves) 대행 전무이사는 이 지표가 '30:40 규칙'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득 분포 하위 40%에 해당하는 가구가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그는 "소득 분포에서 위쪽에 위치할수록 주거비로 더 많은 비율을 감당할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p> <p>알베스는 30:40 기준이 모기지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단순화된' 방식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내외에서 일관되게 사용되는 표준화된 지표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소득 수준에 따라 주거비 부담의 체감이 크게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가구 소득이 100만 달러라면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써도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가구 소득이 5만 달러에 불과하다면 소득의 25%만 주거비로 나가도 다른 생활비를 감당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부모 가구나 부양가족이 있는 가구는 주거비 부담을 예산 안에서 소화하기가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p> <p>호주국립대학교(ANU)의 정책 미시시뮬레이션 모델 '폴리시모드(PolicyMod)'가 30년에 걸쳐 가처분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가구 비율을 추적한 결과, 통계적으로 한부모 가구와 1인 가구가 모기지 스트레스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데이터는 호주통계청(ABS)의 소득·주거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한다.</p> <p>커틴대학교 교수이자 AHURI 커틴연구센터 소장인 스티븐 롤리(Steven Rowley)는 모기지 스트레스 지표가 호주 상황에 적합한 '좋은 지표'가 아니라고 본다. 그는 2024년 공동 저술한 주거 부담 보고서에서 "규범적 주거 부담 지표는 가구 규모, 구성, 주거 형태, 주거 품질, 입지 및 지역 특성 등의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롤리는 일부 가구는 주거를 가장 중요한 지출 항목으로 여겨 자발적으로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에 쓰는 반면, 다른 가구는 더 저렴한 선택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 이상을 지출하게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이 지표가 주택 자산 격차와 부의 불균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p> <p>파인더의 위튼은 일부 가구가 스스로 모기지 스트레스 상태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 장기적인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그렇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식료품비, 공과금, 차량 수리비, 예상치 못한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인더의 조사에서는 주택 구입을 위한 계약금 마련 자체가 많은 신규 주택 구매자에게 '무거운 짐'이지만, 일단 주택을 확보하고 나면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다는 점도 확인됐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