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빅토리아주 정부가 호주 역사상 처음으로 해상 풍력 경매를 공식 개시했다. 재클린 사임스 에너지부 장관은 주 최초 2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 풍력을 대상으로 한 제안 요청(Request for Proposal) 절차를 열었다고 발표했다. 이 규모는 연간 약 1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p> <p>사임스 장관은 "이번 경매는 호주 최초의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석탄 발전이 퇴장하는 시점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거대한 도약"이라고 밝혔다.</p> <p>해상 풍력 경매는 일반적인 부동산 경매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상 풍력 사업자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입찰에 참여하며, 정부는 전력 공급 능력과 비용 대비 가치를 기준으로 각 입찰자를 평가한다. 낙찰된 사업자는 '에너지 서비스 진입 메커니즘(ESEM)'이라 불리는 계약을 통해 지원을 받게 된다.</p> <p>ESEM은 연방 에너지부가 에너지 부문의 신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권고한 제도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수십 년에 걸친 사업 기간 동안 수익성을 입증해야 투자를 유치할 수 있지만, 에너지 구매자들은 그처럼 먼 미래까지 계약을 체결하려 하지 않는다. ESEM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장기 계약을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전력 판매처가 보장된다는 확신을 준다. 다만 ESEM은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이며, 지난해 거의 모든 호주 에너지 장관들이 원칙적으로 도입에 동의했지만 퀸즐랜드주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p> <p>해상 풍력의 주요 무대는 깁스랜드 해역이다. 연방 정부는 2022년 깁스랜드를 호주 최초의 해상 풍력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지역은 강한 바람과 비교적 얕은 수심, 그리고 라트로브 밸리의 기존 전력망 인프라와의 근접성 덕분에 선정됐다. 현재 깁스랜드 해안에서 타당성 조사 면허를 보유한 사업자는 총 9곳이며, 이들이 이번 경매를 통해 최종 사업권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경매는 2027년 8월 마감되며, 계약은 2028년에 체결될 예정이다.</p> <p>이번 경매 개시는 석탄 발전의 빠른 퇴장과 맞물려 더욱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깁스랜드의 얄로언 발전소는 2028년 7월 폐쇄될 예정이며,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에라링 발전소도 2029년 4월 가동을 멈출 계획이다. 호주 에너지시장운영자(AEMO)의 최신 통합 시스템 계획에 따르면, 호주에 남아 있는 석탄 발전소의 3분의 2가 2035년까지 폐쇄될 수 있다. 또한 AEMO는 2036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빅토리아주 전체 가정의 현재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p> <p>빅토리아주는 2032년까지 2GW, 2035년까지 4GW, 2040년까지 9GW의 해상 풍력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빅토리아주 감사원장은 지난해 12월 업계 구축 지연으로 인해 주가 해상 풍력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경매는 당초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당시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릴리 담브로시오가 2025년 9월 연기를 발표하면서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번 경매 개시는 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p> <p>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호주에서 가장 앞선 해상 풍력 프로젝트로 꼽히는 '스타 오브 더 사우스' 개발사 사우덜리 텐의 최고개발책임자 에린 콜드햄은 경매 개시를 반겼다. 환경 단체 엔바이런먼트 빅토리아의 기후·에너지 수석 자문위원 캣 루카스-힐리도 해상 풍력이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p> <p>납세자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에너지 소비자 호주는 연방 정부에 제출한 ESEM 관련 의견서에서 "배출 정책이 전력 부문에 영향을 미칠 때, 모든 시민이 혜택을 받는 만큼 납세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클린에너지위원회 최고경영자 재키 트래드는 정부가 산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며, 연방 및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가 토마고 알루미늄 제련소에 2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최근 결정을 사례로 들었다.</p> <p>한편 그라탄 연구소의 에너지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 토니 우드는 경매 발표가 진전이긴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상 건설에 따른 추가 비용과 오는 11월 주 선거가 원활한 에너지 전환에 상당한 위험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재생에너지는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며, 연립 야당은 주요 송전 프로젝트인 VNI 웨스트를 폐기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야당 에너지 대변인 데이비드 데이비스는 연립이 원칙적으로 해상 풍력을 지지해 왔으며 관련 법안 통과에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사업 추진 방식에는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연립이 집권할 경우 일부 감독 기능을 추가해 계약 절차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