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시드니 서부를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 개발 사업을 벌여온 배틀라 그룹(Bathla Group)이 8월 말 자발적 관리(voluntary administration) 절차에 돌입하면서, 약 2,000채의 주택 건설이 위기에 처했다. 이 회사의 45개 진행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업장이 단기 자금 지원을 통해 공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p> <p>배틀라 그룹의 상무이사는 자발적 관리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건설 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그룹이 흡수해왔다"고 밝히며, "직원들과 내 집 마련의 꿈을 믿고 맡겨준 고객들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인, 공급업체, 계약업체, 금융 파트너들과 협력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는 뜻도 전했다.</p> <p>이번 붕괴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 중에는 집이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른 예비 입주자들도 포함돼 있다. 한 예비 입주자는 "완전히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이 집이 우리가 월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토로했다.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는 주택뿐 아니라, 개발 파이프라인에 있는 1만 3,000채 이상의 주택도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p> <p>배틀라 그룹의 붕괴는 단순한 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 호주 건설 업계의 구조적 자금 조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은행들은 개발 사업의 높은 위험성과 토지 매입, 인력 및 자재 확보, 시공에서 분양 완료까지 이어지는 긴 회수 기간 때문에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을 꺼려왔다. 이로 인해 건설 업계는 점차 사모 신용(private credit), 즉 비은행 대출 기관에 의존하게 됐다.</p> <p>사모 신용 대출은 개발업체가 보유한 토지나 예비 구매자들의 계약금 등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개발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한편,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는 최근 몇 주 사이 이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고 경고하며, 대형 차입자 여러 곳이 무너지고 주요 펀드에서 환매 제한이 걸리는 등 사모 신용 시장이 "첫 번째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밝혔다.</p> <p>더욱 주목할 점은 이 문제가 일부 투자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호주인은 수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펀드를 통해 사모 신용 상품에 간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ASIC은 "사모 신용은 수퍼애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모든 호주인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이 문제가 오랫동안 논의돼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p> <p>이와 맞물려 원 네이션(One Nation)이 제안한 수퍼애뉴에이션 개혁안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 네이션은 임차인이나 주택담보대출 상환자가 최대 3년간 수퍼애뉴에이션 납입금의 일부를 급여로 전환해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원 네이션 대표 폴린 핸슨은 이 정책이 생활비 위기를 겪는 호주인들에게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주장했다.</p> <p>하지만 호주 수퍼애뉴에이션 펀드 협회(ASFA)는 이 계획이 "경제적으로 재앙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ASFA의 최고경영자 메리 들라헌티는 "호주인들이 식료품 구입과 의료비 부담으로 힘든 상황임을 모두 이해한다"면서도 "이 정책은 임대료와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일단 돈이 수퍼 시스템을 벗어나면 그 용도를 제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결국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p> <p>한편, 이날 호주 주식시장은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보합세 출발이 예상됐다. ASX 200 선물 지수는 전일 종가 대비 약 0.05% 하락한 8,992포인트를 가리켰다. 국제 유가는 중동 분쟁 격화로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7.5달러까지 오르며 7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디젤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약 90% 높은 수준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오르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