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빅토리아주 지역 곳곳에서 일반의(GP) 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적절한 시기에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선 의사들과 의료 단체들은 1차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 직전에 놓였다고 경고하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p> <p>빅토리아주 남서부 테랑 메디컬 클리닉의 GP 재클린 알트리 박사는 지난해 11월 출산 휴가를 떠난 사이, 환자들이 혈압 체크나 처방전 갱신 같은 일상적인 진료를 받기 위해 3~4개월을 기다려야 했다고 밝혔다. 현재 복직한 상태지만 여전히 선호 GP를 만나려면 2주를 기다려야 하며, 향후 직원 이동이 예정돼 있어 대기 시간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알트리 박사는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될 것을 가장 우려한다고 말했다. "대기자 명단이 길다는 걸 알면서도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어떤 환자가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 될지 걱정된다"고 그는 토로했다.</p> <p>이러한 상황은 테랑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질롱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소도시 비레구라에서는 인구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8개월째 두 번째 GP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무료 이발과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재 이 마을의 유일한 GP인 재러드 킬데이 박사는 마을 안에 거주하는 환자만 신규로 받고 있으며, 매주 주변 지역에서 오는 여러 명의 환자를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수의 환자를 받으면 결국 환자에게도, 나 자신의 정신 건강과 직업 만족도에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p> <p>킬데이 박사는 1차 의료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GP를 찾아오면 정부 입장에서 80~90달러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응급실에 오는 순간 5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고, 입원하면 24시간당 1,000달러 이상이 든다"고 지적했다. 1차 의료 투자가 결국 전체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p> <p>빅토리아주 서부 아보카와 크레스윅에서 진료하는 마이클 빌 박사는 의료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붕괴됐다"고 직격했다. 그는 전날 감기 증상으로 찾아온 환자의 등에서 흑색종 의심 반점을 발견한 사례를 들며, 대면 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많은 환자들이 발라랏이나 벤디고의 응급실까지 이동하기를 꺼리며, 혈관 수술 등 외래 진료 대기 시간이 3년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p> <p>이스트 깁스랜드에서 근무하는 롭 페어 박사는 지역 응급실의 압박이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로 의료 자원 부족을 꼽았다. "GP 선택지가 적고, 1차 의료 접근성이 낮으며, 노인 요양 시설도 부족한 데다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노인 환자들이 퇴원 후 갈 곳이 없어 응급실과 병원 병상을 장기간 점유하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p> <p>지역 의료 인력 부족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는 2022년 연방 정부가 시행한 '분배 우선 지역(DPA)' 정책 변경이 지목된다. 이전에는 해외에서 의학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소규모 농촌 지역에서 10년, 또는 오지에서 5년 근무해야 했지만, 정책 변경 이후 이 제한이 완화됐다. 카스터턴 에드가 하우스 메디컬의 원장 앤드리아 커밍은 이 변경 이후 인근 해밀턴 클리닉에서 의사 3명이 떠났다며, 정책을 원래대로 되돌려 의사들이 지방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도시보다 높은 급여를 보장해야 지방으로 의사를 유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p> <p>실제로 카스터턴은 2024년 오랫동안 근무하던 의사가 은퇴하면서 6개월간 GP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을 겪었다. 임시 대체 인력으로는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인근 해밀턴이나 마운트 갬비어까지 한 시간을 이동할 수 없는 환자들은 아예 진료를 받지 못했다. 현재는 의사 3명이 근무 중이지만, 그중 한 명이 은퇴를 예고한 상태여서 또다시 임시 인력에 의존해야 할 상황이 예상된다.</p> <p>호주 일반의 왕립 대학(RACGP) 공동 부의장 크리스티 로다 박사는 GP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응급실 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GP를 통한 진료가 지연되면 환자들은 더 아픈 상태로 응급실을 찾게 되고, 이는 응급실 혼잡, 병상 부족, 노인 요양 시설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RACGP는 해결책으로 장시간 진료에 대한 메디케어 리베이트 확대, 클리닉의 급여세 면제, 지방 GP 교육 지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2026년 현재 RACGP에는 363명의 GP 수련의가 있으며, 이 중 149명이 빅토리아주 지방 및 농촌 지역에서 수련 중이다.</p> <p>한편 빅토리아주 정부는 GP 진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주 내에 29개의 긴급 진료 클리닉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연방 및 주 정부 모두가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 관점에서 1차 의료와 노인 요양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