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26년 3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6% 상승하며 202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인 2월의 연간 상승률 3.7%에서 크게 뛰어오른 수치로, 호주 가계의 생활비 부담이 다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p> <p>이번 물가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전기요금이다.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가 가정용 전기요금을 낮추기 위해 지급해 온 에너지 보조금이 소진되면서, 전기요금이 12개월 전보다 25.4% 높아졌다. 보조금 효과를 제외한 실질 전기요금 상승률은 3.9%에 그치지만, 보조금 종료에 따른 기저효과가 통계 수치를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이처럼 정부 지원이 사라진 자리를 고스란히 가계가 떠안게 되면서, 전기요금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p> <p>주거비 역시 물가 상승을 이끈 핵심 요인이다. CPI 항목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주거 부문은 3월 기준 연간 6.5% 올랐다. 전기요금 외에도 신규 주택 건설비(4.5%)와 임대료(3.7%)가 동반 상승하며 주거 관련 지출 전반이 늘었다. 호주 주요 도시의 임대 시장이 여전히 공급 부족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p> <p>교통비 상승도 두드러졌다. 3월 기준 교통 부문 연간 상승률은 8.9%에 달했으며, 3월 한 달 동안만 9.2% 오르는 등 월간 변동폭도 컸다. 특히 자동차 연료 가격이 3월 한 달 새 32.8%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면서 호주 내 휘발유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p> <p>분기 기준으로는 2026년 1분기(1~3월) CPI가 전 분기 대비 1.4% 상승했다. 근원 물가 지표인 트림드 미언(Trimmed Mean) 연간 상승률은 3.3%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트림드 미언은 극단적인 가격 변동 항목을 제외한 지표로, 기저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이 수치가 호주중앙은행(RBA)의 목표 범위인 2~3%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는 점은 통화정책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p> <p>한편 이번 3월 수치는 2024년 12월에 기록한 연간 상승률 2.4%와 비교하면 불과 수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당시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며 RBA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에너지 보조금 종료와 유가 급등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이 재가속화됐다. RBA는 2026년 들어 기준금리를 수차례 조정하며 물가 안정에 나서고 있으나, 가계가 체감하는 생활비 압박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p> <p>식료품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외식 및 테이크어웨이 가격은 5월 기준 연간 4.0% 상승했으며, 식품 및 비알코올 음료 전체로는 3.3% 올랐다. 보험료 역시 기후 관련 재해 증가와 수리비 상승, 보험금 청구 빈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속도로 오르고 있어 가계 지출 부담을 더하고 있다.</p> <p>도시별로는 퍼스의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퍼스의 3월 기준 연간 CPI 상승률은 4.8%로, 8개 주요 도시 평균인 4.0%를 웃돌았다. 시드니는 CPI 절대 지수 기준으로 138.2를 기록해 8개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p> <p>이처럼 전기요금, 주거비, 교통비가 동시에 오르면서 호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저소득층과 임차 가구를 중심으로 생활비 압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