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 퀸즐랜드주 투움바(Toowoomba)에서 소규모 와인바 겸 서점을 운영하는 테일러 헤일스(Taylor Hailes) 씨는 개업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시기에 홍보 전단지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했다. 소규모 사업자로서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빠르고 저렴하게 쓸 수 있는 도구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고 그는 설명했다.</p> <p>하지만 홍보물을 게시한 직후,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행사에 참여 예정이던 한 작가가 AI 사용 방침을 묻는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해당 작가는 이미 다른 행사에서 AI 사용을 이유로 참여를 철회한 전력이 있었다. 헤일스 씨는 그 순간 자신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p> <p>이를 계기로 헤일스 씨는 생성형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창작 산업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직접 공부하기 시작했다. 특히 많은 생성형 AI 시스템이 온라인에 이미 공개된 자료, 즉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작가들이 왜 창작 예술 분야를 보호하려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p> <p>결국 헤일스 씨는 자신의 서점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개 사과문을 게시하고, 공식 AI 사용 방침을 도입했다. 방침의 핵심은 간결하다. "AI는 창작 업계에 설 자리가 없다." 그는 독립 작가들과 협력하며 작품은 물론 관련 아트워크에도 AI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자신의 가게 운영에서도 마찬가지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헤일스 씨는 "우리 커뮤니티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문제가 제기됐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p> <p>헤일스 씨의 서점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는 온라인 봉제·의류 제작 사업을 운영하는 클로이 영(Chloe Young·28) 씨가 또 다른 방식으로 AI에 맞서고 있다. 영 씨는 소셜미디어 피드를 가득 채운 AI 생성 이미지들에 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려도 다 똑같아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p> <p>영 씨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직접 색연필을 들고 투움바 지역의 소규모 사업체와 커뮤니티 단체를 위한 손으로 그린 포스터를 제작하겠다고 소셜미디어에 공개 제안했다. 비용은 소액이거나, 형편이 어려운 경우에는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조건이었다. AI 도구보다 비용이 더 들고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리지만, 영 씨는 소셜미디어를 넘쳐나는 "공허하고", "영혼 없고", "획일적인" AI 생성 홍보물에 맞서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p> <p>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제안을 올린 지 며칠 만에 약 30건의 문의가 들어왔다. 영 씨는 "AI가 느낌을 주는 게 아니라 느낌의 부재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체가 AI에 의존하는 것을 보면 그 가게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지역 소상공인과 커뮤니티 행사를 더 이상 구분할 수 없다. 모든 게 똑같이 생겼으니까"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p> <p>남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Queensland) 마케팅 부교수 박 타이촌(Park Thaichon) 씨는 이러한 반발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더 넓은 변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AI는 콘텐츠 제작에 있어 비용 효율적이고 시간을 절약해주는 수단이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너무 지루하고 틀에서 벗어난 것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AI의 확산에 경계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AI로 생성한 사람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기술 사용 여부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을 때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진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런 일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은 신뢰를 잃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p> <p>한편 영 씨는 일부 분야에서 AI의 과도한 도입이 불필요하며, 인간적인 요소가 점점 사라지는 미래를 간과하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문제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손으로 그린 포스터를 두고 누군가는 "그냥 낙서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AI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영 씨는 강조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