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 전역의 교사 37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문제 행동으로 인해 수업 시간의 약 3분의 1이 낭비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한 학년 기준으로 약 12주에 해당하는 학습 손실로, 연구진은 이 상황을 '위기'로 규정했다.</p> <p>독립연구센터(Centre for Independent Studies, CIS)가 실시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30분 수업 중 평균 9분을 학생 문제 행동을 처리하는 데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교사 출신으로 CIS 교육 디렉터를 맡고 있는 블레이즈 조셉은 "수업 시간의 거의 3분의 1을 학생 문제 행동으로 잃는다는 것은 그 규모와 긴급성 면에서 '위기'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밝혔다.</p> <p>문제 행동의 대부분은 폭력이나 심각한 비위가 아닌 '저수준' 행동으로 분류된다. 수업 진행을 방해하거나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막는 모든 행동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셉 디렉터는 이러한 행동이 지속될 경우 교사들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주고 건강과 정신적 웰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교사 10명 중 1명은 지난 한 주 동안 학생 문제 행동이 자신의 건강과 웰빙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p> <p>특히 여성 교사들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교사들은 남성 교사에 비해 수업 시간 손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이로 인해 건강과 웰빙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두 배에 달했다. 조셉 디렉터는 "최근 몇 년간 여성 교사들이 학생들의 여성혐오적 행동으로 특히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일화적 증거가 많다"며 "이번 조사 결과가 그러한 우려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남성 교사도 "학교 내 여성혐오가 분명히 늘고 있다"고 증언했다.</p> <p>이 문제는 별도의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지난주 모나시 대학교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교사의 78%가 학교에서 성차별이나 여성혐오를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3명 중 1명은 이를 자주 경험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에는 시드니 사립학교 남학생 두 명이 각각 별개의 사건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p> <p>이번 조사 결과는 국제 데이터와도 일치한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년 결과에 따르면, 호주 학생의 약 42%가 수학 수업 중 소음과 무질서를 경험한다고 응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호주교원리더십연구소(AITSL) 자료에 따르면, 교직을 떠나려는 교사 중 학생 행동을 이유로 꼽은 비율이 2020년 25%에서 2024년 47%로 급증했다.</p> <p>2024년 상원 조사에서도 교실 내 수업 방해가 심각하고 악화되는 문제로, 학습 시간과 교원 인력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이 보고서에 대한 9개 권고안에 원칙적 동의 또는 수용 의사를 밝혔다.</p> <p>이에 대해 제이슨 클레어 연방 교육부 장관은 "수업 방해 행동은 아이들의 학습을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보고서는 많은 교사들이 내게 전하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그는 교실 내 휴대폰 사용 금지, 교사 연수 개선, 새로운 교육 자료 제공 등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 조치들을 언급하며 "모든 주·준주와 체결한 공립학교 재정 지원 협약에도 학생 참여와 웰빙 향상을 위한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수업 관리 전문가인 팀 맥도널드 박사와 면담을 갖고 추가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p> <p>야당 교육 대변인 줄리안 리저 의원도 "모든 교사는 방해나 폭언 없이 가르칠 권리가 있다"며 "문제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기준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p> <p>연구진은 호주가 2021년 영국처럼 전국 교사 행동 실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의 조사에서는 30분 수업당 평균 7분이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번 CIS 조사에서 호주는 9분으로 더 높았다. 영국은 조사 이후 우수 학교가 문제 학교를 지도하는 '행동 허브' 프로그램과 학교 전체 차원의 행동 관리 체계를 도입해 성과를 거뒀다.</p> <p>조셉 디렉터는 학생 문제 행동의 원인이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도한 스크린 사용으로 인한 학생들의 집중력 저하, 학교가 문제 행동에 제재를 가할 때 이를 지지하지 않는 학부모의 태도, 학교 내 일관성 없는 제재 적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학생 문제 행동은 대체로 충동 조절 능력 부족에서 비롯되며, 일관된 기대와 규칙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p> <p>한편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발표된 전국 나플란(NAPLAN) 시험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나플란 결과에 따르면 호주 학생의 3분의 1이 읽기·쓰기와 수리 능력에서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학생 문제 행동을 '긴급한 국가 교육 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촉구하며, 학생들에게 올바른 수업 태도를 명시적으로 가르치는 '행동 교육과정' 도입도 제안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