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멜버른과 애들레이드를 잇는 듀크스 하이웨이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 소도시 키스(Keith). 인구 약 1,400명의 이 농업 마을 중심가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조용히 가라앉는다. 의류 매장 '리테일 테라피'를 운영하는 프란센 마틴 씨는 이날도 일요일 영업 시간 내내 단 한 명의 손님도 맞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p> <p>마틴 씨는 아마존, 테무, 쉬인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공세에 "끊임없는 압박"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저는 그 기업들과 가격 경쟁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들이 갖지 못한 것이 있어요. 고객들과 쌓아온 신뢰, 그들의 이름과 사연, 취향과 사이즈를 알고 있다는 것이죠. 그건 일종의 파트너십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가게 문을 계속 열기 위해 버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p> <p>비슷한 어려움은 지방 대도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빅토리아주의 주요 지역 거점 도시인 발라랏(Ballarat)의 한 유서 깊은 붉은 벽돌 건물에 자리한 카페 '프레이(Prey)'의 소셜미디어 담당자 프레이저 와일리 씨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담은 글을 올려 수천 건의 댓글과 공유를 이끌어냈다.</p> <p>"이 글을 쓸 때 저는 문을 닫았거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요식업·소매업 종사자 친구들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와일리 씨는 소상공인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잠식해 오는 비용 증가'와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p> <p>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카페의 상징과도 같은 커피 한 잔에 숨겨진 비용 구조다. "커피 한 잔 안에는 수많은 지출이 담겨 있습니다. 컵, 뚜껑, 물, 인건비, 퇴직연금, EFTPOS 수수료, 재료비까지. 하나하나 뜯어보면 마진이 정말 얇습니다." 그는 카페 업주들이 가격 인상을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며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p> <p>이러한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신용정보 분석 기관 크레디터워치(CreditorWatch)의 8월 비즈니스 리스크 지수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호주 카페와 레스토랑 8곳 중 1곳이 폐업했다. 또한 대금 연체 건수는 전국적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p> <p>크레디터워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반 쿨훈은 올해가 소상공인들에게 연이은 '충격'의 해였다고 진단했다. 전자상거래 환경의 급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높은 금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의 생활비 위기가 소상공인들에게는 '사업 운영비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5년 전보다 훨씬 높아진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된다고 해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오르는 속도가 느려질 뿐이죠."</p> <p>여기에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되는 카드 결제 수수료 부과 금지 조치도 소상공인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이번 개혁으로 기업들이 연간 9억 1,000만 달러의 거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계 전문가들과 소상공인 단체들은 카드 수수료 부과 금지가 오히려 결제 시스템 비용 부담을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일부 소상공인들은 현금 전용 영업으로 전환하거나 특정 품목의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p> <p>와일리 씨는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소상공인들과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좋아하는 가게가 있다면, 혹은 새로 문을 연 곳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방문해 주세요. 직접 매장을 찾아주는 것이 가게 문을 계속 열 수 있도록 하는 데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지역 공동체를 함께 지켜나가야 합니다." 프레이 카페는 문을 연 지 100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단골 고객층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