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 주택 시장이 매매와 임대 두 방향으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집값은 금리 인상과 투자자 세제 변화의 영향으로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하락세에 접어든 반면, 임대료는 공급 부족과 낮은 공실률을 배경으로 계속 오르고 있어 세입자들의 생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p> <p>코탈리티(Cotality)의 2026년 1분기 임대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가구는 세전 중위 가구 소득의 33.1%를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2020년 9월에 기록된 최저치 26.2%와 비교하면 약 7%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수치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초과하면 '주거 스트레스' 상태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평균적인 호주 세입자 가구가 이미 그 기준을 넘어선 셈이다.</p> <p>임대료 상승세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코탈리티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전국 임대료는 전월 대비 0.5% 올랐으며, 연간 상승률은 5.9%에 달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중위 임대료 기준 주당 약 40호주달러가 오른 셈이다. 더 긴 시각으로 보면 지난 5년간 주요 도시 임대료는 41.7% 급등해 주당 약 217달러가 추가됐다. 시드니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임대 시장으로, 주택 중위 주간 임대료가 883달러, 유닛은 783달러에 달한다.</p> <p>임대료 상승의 핵심 원인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다. 전국 임대 공실률은 1%대 초반의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2025년 4분기 기준 전국 임대 매물은 1년 전보다 약 11% 줄었고,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하면 17%나 적다. 이처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임대료를 계속 밀어 올리고 있다. 여기에 연간 30만 명 이상의 순 해외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임대 수요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p> <p>반면 주택 매매 시장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이 2026년 초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여력이 크게 줄었고, 연방 예산안에 포함된 네거티브 기어링 및 양도소득세 변경 방침이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그 결과 시드니와 멜버른은 월간 기준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AMP는 2026년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이 약 1% 하락하고, 2026~27년에는 5%가량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NZ, 웨스트팩, CBA 등 주요 은행들도 올해 성장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p> <p>이처럼 집값이 내리는 상황에서도 세입자들이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임대 시장의 구조적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이 임대 시장으로 이어지려면 임대 주택 공급이 늘어야 하지만,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빼는 상황에서 신규 임대 물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탈리티는 현재 호주 전체 교외 지역 중 일반적인 20% 계약금과 현행 모기지 금리를 적용했을 때 현금 흐름 플러스가 가능한 곳은 0.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p> <p>임대 부담이 가장 극심한 도시는 시드니다. 코탈리티에 따르면 시드니에서 신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려면 세전 가구 소득의 약 68%를 대출 상환에 써야 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홍콩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시드니가 세계에서 가장 주거 비용 부담이 큰 도시 중 하나임을 보여준다. 매매도, 임대도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많은 세입자들이 더 저렴한 외곽 지역이나 지방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p> <p>전문가들은 임대 시장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KPMG 호주는 현재의 임대 상승세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신규 주택 완공 물량이 현재 전망치보다 약 17% 더 많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건축 허가 건수가 감소하고 건설 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공급 확대는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당분간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쉽게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