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스리랑카에서 호주로 이민 온 지 16년째인 23세 청년 에노시는 지금도 가족과 함께 처음 정착했던 임대 주택에 살고 있다. 시드니에서 모기지·금융 어드바이저로 일하는 그는 이민자 가정으로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p> <p>"어릴 때 친구들과 비교하면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세대 간 자산이라는 게 있잖아요. 친구들은 부모님 집이 있고, 좋은 차도 있고… 부모님한테 돈을 받거나 집에서 월세 없이 사는 것만으로도 출발선이 달라지니까요."</p> <p>그는 학교를 잘 다니고 대학을 졸업해 좋은 직장을 얻는 '정해진 길'만으로는 자산을 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찍부터 강도 높은 저축을 시작했고, 2년 전 시드니에 아파트를 한 채 구입했다. 현재는 부모님 집에 살면서 그 아파트를 임대로 내놓고 있다. 네거티브 기어링의 세금 혜택을 활용해 자산을 불리는 전략이다.</p> <p>네거티브 기어링이란 투자 부동산의 유지 비용이 임대 수입을 초과할 때 그 손실분을 세금 공제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연방 정부는 2027년 7월 1일부터 이 혜택을 신규 주거용 건물에만 적용하도록 제한할 예정이다. 에노시는 이 법 개정으로 자신의 대출 한도가 약 20% 줄었다고 말한다. 올해 두 번째 투자용 부동산을 매입하려던 계획도 일단 보류 상태다.</p> <p>그럼에도 그의 최종 목표는 흔들리지 않는다. 10년 안에 60만 달러의 계약금을 모아 300만 달러짜리 시드니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다.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집, 좋은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는 삶—그것이 그가 그리는 '호주의 꿈'이다.</p> <p>비슷한 나이에 내 집을 마련한 사례도 있다. 20대 초반에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오빠와 함께 가족 주택을 상속받은 레티샤는 그 집을 매각한 뒤 비상금을 마련하고, 여행과 라식 수술 등에 일부를 쓴 후 아파트를 구입했다. 현재 NSW 북부 해안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그는 상속받은 자산을 발판 삼아 45~50세쯤 반은퇴 생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엄마가 곁에 있었다면 그 어떤 돈과도 바꿀 수 없었겠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p> <p>한편 경제학자 크리스 리처드슨은 호주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근본 원인으로 수십 년간 이어진 과도한 규제 문화를 꼽는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호주는 수십 년 동안 변화할 능력에 시멘트를 부어왔다"며 이것이 생활 수준 정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호주 전체 주택 자산 규모는 12조 달러에 달하며, 가계 자산의 3분의 2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리처드슨은 은행 예금보다 부동산과 슈퍼애뉴에이션의 수익률이 높은 구조가 이런 쏠림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p> <p>반면 부동산 소유 자체에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도 있다. 37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타라는 시드니에서 임대 생활을 하며 집을 살 계획이 전혀 없다. 올해만 발리, 싱가포르, 홍콩을 다녀왔고, 연차를 누군가에게 허락받은 적도 없다. 그에게 부는 돈이 아니라 경험과 기억이다. 언젠가 세상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때 집을 살 수도 있다고 말한다.</p> <p>26세 사진작가 알렉스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산을 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JobKeeper 지원금으로 주식과 ETF 투자를 독학한 그는 올해 7월 초 첫 투자용 부동산을 호가보다 15만 달러 낮은 가격에 매입했다. 절약한 계약금은 리노베이션 자금으로 활용해 자산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건축학 석사 과정 마지막 해에 사진·미디어 회사를 부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직원 8명을 둔 사업체로 성장했다. 그는 자산 1000만 달러를 모으면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p> <p>재정 어드바이저 글렌 헤어는 20~45세 고객을 전문으로 상담하는데, 최근 젊은 세대가 부동산 대신 주식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주식 투자가 자동으로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진다는 '헛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달 남는 돈을 저축하는 방식으로는 목표 시점을 알 수 없다"며, 필요한 계약금과 월 저축 가능액을 먼저 계산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p> <p>부동산 가격이 일부 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소득 대비 집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속에서 에노시처럼 이민자 가정 출신의 젊은이들은 세대 간 자산의 격차를 스스로의 전략으로 메우며 호주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