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 야당인 자유-국민 연립이 집권할 경우 현행 2,000페이지에 달하는 국가 주택 건설 기준을 80페이지 수준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야당 대변인이 저소득층은 기준 미달 주택에 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발언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p> <p>야당 주택·노숙자 문제 대변인 앤드루 브래그 상원의원은 수요일 연립이 집권하면 국가 주택 건설 기준을 현행 2,000페이지에서 80페이지로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계획은 뉴질랜드의 건설 기준을 참고한 것으로, 구조 안전, 화재 안전, 건강 관련 기준에만 집중하는 방향이다. 브래그 의원은 앞서 앵거스 테일러 전 의원이 예산 답변에서 200페이지 축소를 공약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80페이지 이하로 줄일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p> <p>그러나 목요일 ABC 라디오 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정책이 저소득층에게 기준 미달 주택을 감수하라는 의미냐는 질문에 브래그 의원은 "그렇다, 분명히"라고 답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집이 없는 것보다 집이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택 시장의 감당 불가능한 위기를 감안하면 더 많은 집을 지어야 한다"며 건설 기준 간소화에는 '트레이드오프(상충 관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p> <p>이에 앞서 야당 재무 대변인 팀 윌슨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윌슨 의원은 에너지 효율 의무화 같은 획일적 정책 대신 지역별 환경 조건에 맞는 유연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에 주택 단열을 개선하는 데 큰 돈을 쓰는 대신 "스웨터를 입으면 된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퀸즐랜드와 태즈메이니아, 빅토리아, 서호주는 기후 조건이 모두 다르다며 일률적인 기준 적용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p> <p>주거 복지 단체들은 이 같은 야당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거 권익 단체 '에브리바디스 홈'의 대변인 마이 아지제는 "이미 너무 많은 세입자들이 겨울에는 얼고 여름에는 찌는 듯하며, 곰팡이와 습기로 가득 찬 집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인과 장애인들은 이미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오래 버틸 수 있는' 사회주택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지제 대변인은 "주택 위기는 사람들이 집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저품질 주택을 더 많이 짓는다고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발업자들이 위기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또 다른 방법을 제공할 뿐"이라고 비판했다.</p> <p>호주 사회서비스위원회(ACOSS) 카산드라 골디 대표도 이에 동의하며 사회주택 건설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골디 대표는 "브래그 의원이 제안한 건설 기준 변경은 건설업자의 비용을 줄이는 대신 그 부담을 가구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수십 년간 높은 전기요금에 묶이게 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며, 생명이 위험에 처하고, 미래 세대는 운영 비용이 많이 드는 집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p> <p>반면 주택산업협회(HIA)는 브래그 의원의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특정 페이지 수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복잡하게 얽힌 규정의 층위를 풀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p> <p>한편 현 노동당 정부는 2026년 중반 생산성 원탁회의 이후 국가 건설 기준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클레어 오닐 주택부 장관은 올해 초 야당의 200페이지 축소 주장에 대해 "건설업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완전히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짐 찰머스 재무장관은 정부가 건설 기준 간소화를 위한 최종 계획을 올해 말 건설부 장관에게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p> <p>브래그 의원은 이와 함께 연방 차원의 표준 주택 설계 도안집을 만들어 각 주·준주에서 자동으로 승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현행 국가 주택 건설 기준은 특정 건물의 안전, 건강, 편의성, 접근성, 지속가능성에 관한 최소 요건을 2,000페이지 이상에 걸쳐 규정하고 있다. 야당의 새 기준은 이 가운데 비용 효율적인 구조 안전, 화재 안전, 건강 관련 기준에만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다만 야당이 참고하겠다고 밝힌 뉴질랜드의 경우, 건설 기준 자체는 약 80페이지이지만 내구성과 에너지 효율에 관한 별도의 의무 규정이 존재해 건설업자들이 이를 모두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