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막을 수 없다" 우려…320억 달러 초대형 데이터센터 퀸즐랜드 농촌 강행 | 호주나라
주민들 "막을 수 없다" 우려…320억 달러 초대형 데이터센터 퀸즐랜드 농촌 강행
약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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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농촌 도시 달비(Dalby) 외곽에 32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이 추진되면서 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주민들은 정작 자신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대형 개발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p> <p>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개발사 제라 DC(Zerra DC)가 추진하는 이 시설은 '웨스턴 다운스 디지털 파크(Western Downs Digital Park)'로 불리며, 총 4개 동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계획돼 있다. 주목할 점은 아직 어떠한 공식 승인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이미 첫 번째 건물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주민들은 개발이 기정사실화된 채 절차만 뒤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p> <p>달비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주민 로스 손턴(Ross Thornton) 씨는 "대기업이 들어오면 지역 주민들은 발언권을 잃는다"며 공개 주민 설명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10여 년 전 석탄층 가스(CSG) 산업이 이 지역을 휩쓸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때도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반복됐고, 아무도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데이터센터 개발이 가져올 영향과 장단점에 대해 주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p> <p>반대 여론은 온라인 청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웨스턴 다운스 디지털 파크 건립에 반대하는 의회 청원에는 현재 퀸즐랜드주에서 진행 중인 어떤 청원보다 많은 2만 1,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달비 토박이인 앤젤라 프렌즐러(Angela Prenzler) 씨는 청원 홍보에 앞장서며 "개발사가 운영 용수로 빗물과 재활용수를 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청원이 다른 지방 도시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같은 일이 자신들의 지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공감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p> <p>한편 지역 사업가 더그 매친(Doug Machin) 씨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기계 판매업과 카페,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그는 "개발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면서도,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1,500명의 인력을 지역에서 충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업체와 농가에서도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p> <p>제도적 측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주나 빅토리아주와 달리 퀸즐랜드주에는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별도의 계획 승인 절차가 없다. 크리사풀리(Crisafulli) 주 정부는 재생에너지 개발 관련 개혁을 모델로 한 새로운 데이터센터 계획 프레임워크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주 정부는 "많은 지방의회가 계획 체계에 데이터센터를 포함하지 않아 혼선이 생기고 있다"며 "일관되고 투명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합의도 지방의회와 지역 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p> <p>웨스턴 다운스 지역 시장 앤드루 스미스(Andrew Smith)는 이 프로젝트가 자신의 의회 관할 하에 남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제라 DC가 '지정 프로젝트(prescribed project)' 지위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 지위가 부여되면 퀸즐랜드주 조정관(coordinator-general)이 직접 개입해 '불필요한 지연'을 막기 위해 승인 절차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 사실상 지방의회의 권한이 주 정부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p> <p>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근 친칠라(Chinchilla)에 거주하는 셰이 두걸(Shay Dougall) 박사는 웨스턴 다운스 지역의 석탄층 가스 산업화 영향을 연구한 전문가다. 그는 "농업 지역에 이처럼 집약적인 산업화를 수용했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이런 프로젝트에 사전 위험 평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공지능 산업을 위한 계획 경로는 재생에너지 개혁에 단순히 편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AI 산업 고유의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걸 박사는 "이 지역에서 살아가야 할 주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지 명확히 한 뒤, 무엇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p> <p>웨스턴 다운스 지역은 퀸즐랜드주의 '에너지 수도'로 불리지만, 역사적으로는 농업 지대였다. 전체 면적의 약 50%가 경작지인 이 지역에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농업 환경과 지역 공동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