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마트가 최근 자체 브랜드 앙코(Anko)를 통해 89달러짜리 카메라 안경을 출시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검은 테 안경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카메라가 내장돼 있어 착용자가 보는 장면을 그대로 녹화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출시 직후 온라인에서 빠르게 품절됐다.</p> <p>이 제품은 레이밴(Ray-Ban)과 메타(Meta)가 공동 개발한 스마트 안경의 저가형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레이밴 메타 스마트 안경의 시작 가격은 337달러이며, 최신 세대 제품은 700달러를 넘는다. 반면 K마트 제품은 그 4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유사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7월 "미래에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사람은 상당한 인지적 불이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p> <p>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 안경이 대중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드니대학교 '몰입형 기술 거버넌스 프로젝트'의 연구원은 스마트 안경을 "얼굴에 쓰는 컴퓨터"라고 표현하며, 제품에 따라 눈의 움직임, 머리 방향, 음성 패턴 등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내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착용자가 어디를 걷는지, 어떤 공간에 있는지, 특정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까지 데이터로 수집되며, 심지어 집 내부 구조까지 파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p> <p>그는 또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비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고, 누가 관리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장에서 대부분의 스마트 안경에는 안면 인식 기술이 탑재돼 있지 않지만, 2024년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이 스마트 안경과 안면 검색 엔진, AI 언어 도구,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해 실험한 결과, 단순히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름, 집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p> <p>모나시대학교 신흥기술연구소의 연구원은 2022년 호주인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스마트 안경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스마트 안경 소유자 중 13.5%는 운전이나 자전거 탑승 중 착용하는 등 위험한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했으며, 약 17%는 동의 없이 타인을 촬영하는 등 금지된 방식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연구는 자기 보고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실제 위험 사용 빈도는 더 높거나 낮을 수 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또한 젊은 층이 스마트 안경을 소유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연령 제한 등 안전장치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p> <p>법적인 측면에서도 복잡한 문제가 제기된다. 애스터 리걸(Astor Legal)의 수석 변호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메라나 스마트 안경 관련 법률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개인정보 보호 원칙은 '기술 중립적'으로 설계돼 있어 스마트 안경에도 적용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규제는 주(州)와 준주(準州) 수준에서 이뤄진다.</p> <p>호주에서는 화장실이나 탈의실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동의 없이 타인을 촬영하는 것은 형사 범죄에 해당한다. 또한 공공장소에서도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 중임을 알리지 않고 타인을 녹화하면 대부분의 주에서 범죄가 된다. 단, 퀸즐랜드주는 예외로, 대화 참여자가 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 허용된다. 변호사는 "사적인 대화가 반드시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며, 공공장소에서도 당사자들이 비공개로 기대하는 대화라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p> <p>만약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특정인을 반복적으로 촬영하거나 위협한다면 스토킹 및 괴롭힘 관련 법률을 위반할 수 있다. 녹화된 영상을 온라인에 공유할 경우 독싱(개인정보 무단 공개)이나 온라인 악용 관련 법률 위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변호사는 "현행 법체계는 누군가가 안경을 쓰고 상대방 모르게 촬영할 수 있다는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특히 녹화 영상을 온라인에 공유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법적 책임은 제조사가 아닌 개인에게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p> <p>연구원은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된 소셜미디어 영상을 분석한 결과, 광고성 콘텐츠부터 이른바 '픽업 아티스트' 관련 영상까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별로 법이 파편화돼 있다며 보다 강력한 집행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너무 오랫동안 기술이 사회에 먼저 풀려나고,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규제 당국이 뒤늦게 대응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