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미국이 이란을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키기 위한 대규모 제재 캠페인을 공식 발표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란 정권에 대한 '경제적 질식'을 목표로 2차 제재 위협을 대폭 확대하고, 이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p> <p>베센트 장관은 이번 발표에 앞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적 D-데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테헤란이 홀로 설 때까지 이 독재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이를 책임지게 할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이 정권에 대한 경제적 질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이란 외에 구체적인 국가명이나 시행 일정은 명시되지 않았다.</p> <p>이번 제재 확대 조치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지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나왔다. 현재 전선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으며, 평화 협상도 중단된 상황이다. 이란은 핵심 해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대부분의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인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량은 전쟁 전 하루 200만 배럴에서 8월 중순 기준 40만 배럴로 급감한 것으로 해운 추적 기관 클레플러(Kpler)의 자료에서 확인됐다.</p> <p>미국 재무부는 이번 확대 제재가 이란의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 분야를 겨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란의 석유 수익 창출, 무기 조달, 사이버 작전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60개 개인·기업·선박에 대한 신규 제재도 발표됐다. 제재 대상에는 아랍에미리트, 홍콩, 중국, 싱가포르, 유럽 등 전 세계에 걸친 기관들이 포함됐다. 베센트 장관은 "이란을 대신해 자금 세탁을 돕는 모든 기관은 미국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 은행들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국 제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고 답했다.</p> <p>반면 이란 측은 추가 제재 위협에 대해 일축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란 경제부 장관 알리 마다니자데는 "우리는 이 계획들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며,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2년 계획을 갖추고 있었다"며 경제 전선에서 미국이 또 다른 패배를 맛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란 외무부 차관 카젬 가리바바디도 미국의 최신 위협이 군사적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목표를 달성했다면 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 침공'이 필요하냐고 반문했다.</p> <p>이란은 수십 년에 걸친 강력한 국제 제재를 버텨온 전례가 있다. 전쟁 이전에도 이란은 주로 중국에 하루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으며, 복잡한 국제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제재를 우회해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p> <p>이번 제재 발표에는 미국 교육 시스템과 관련된 이란과의 결제에 대한 제재 면제 조항도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이란 유학생 등 교육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p> <p>한편 중재 외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아심 무니르는 이 분쟁의 핵심 중재자로서 월요일 이란을 방문해 이란 대통령, 수석 협상가, 최고 국가안보기구 수장을 각각 별도로 만났다. 파키스탄은 4월 휴전 협정 체결에 기여한 주요 중재국이자 이란의 주요 교역국이기도 해, 새로운 제재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오만 외무장관도 화요일 이란을 방문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 규제에 관한 합의를 모색할 예정이었다.</p> <p>이란 내 일반 시민들에게 이번 교착 상태는 수년간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이어 더 큰 경제적 고통을 안겨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12월과 1월에는 치솟는 물가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32세 약사 사라 하산베이기는 "사람들이 이 상황을 더 이상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p> <p>이란 내부에서도 온건파와 강경파 간의 긴장이 감지된다. 상대적 온건파로 평가받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주 "우리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 지금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강경파 인사들을 주요 안보 직책에 임명하며 다른 방향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