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 지방 도시에서 청각장애인과 난청인을 위한 수어(Auslan) 통역 서비스가 심각한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이를 메우기 위해 인공지능(AI)과 가상 통역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지방에서 활동하던 소수의 현장 통역사들이 일자리를 잃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p> <p>빅토리아주 지방에서 활동해 온 공인 Auslan 통역사 신디 머레이 씨는 최근 들어 일감이 급격히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 및 농촌 지역 청각장애인들의 대면 통역 수요는 항상 높았다고 강조하면서도, 통역 에이전시들이 출장 비용 지급을 꺼리고 가상 통역이나 라이브 캡션 서비스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에이전시는 머레이 씨에게 지방 지역에 일자리가 없다고 통보했지만, 정작 청각장애인 고객들이 같은 에이전시에 통역사를 요청하면 "가능한 통역사가 없다"며 가상 통역이나 라이브 캡션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상황이 반복됐다.</p> <p>라이브 캡션은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음성 대화를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다. 청각장애인이 구어 대화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Auslan로 이루어진 응답을 구어로 번역하는 기능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라이브 캡션이 모든 상황에서 적절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 통역사는 원격으로 화면을 통해 실시간 영상을 보며 통역을 제공하며, 대면 통역사보다 비용이 낮은 경우가 많아 에이전시들이 선호하는 추세다.</p> <p>머레이 씨는 "AI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번역이 잘 된다면 나쁠 것은 없다"면서도 "통역사들이 이런 식으로 대우받다 보면 지방의 통역사 부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p> <p>전국 단위 Auslan 서비스 제공 기관인 Deaf Connect의 브렌트 필립스 최고서비스책임자는 AI가 통역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고객이 대면 통역을 원할 경우 최대한 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며, 불가능한 경우에는 고객과 긴밀히 협력해 대안을 찾는다고 밝혔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이 Auslan 통역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기관이 미래 AI 수어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p> <p>Deaf Victoria의 지역 담당관 게리 케리지 씨는 대면 Auslan 통역사 부족이 광범위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청각장애인으로서 지방 지역에 거주하는 케리지 씨는 AI와 가상 통역 서비스가 통역사 부족 문제를 보완하는 동시에 NDIS(국가장애보험제도) 참여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청각장애인이 설립·운영하는 회사가 개발한 'Convo'라는 앱의 시범 도입을 지원했다. 이 앱은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유료로 Auslan 통역사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전국의 공인 통역사들이 가능한 시간에 등록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다. 빅토리아주 지방 도시인 발라랏 시의회도 현재 Convo를 시범 운영 중인 기관 중 하나다.</p> <p>케리지 씨는 Convo가 여전히 사람 통역사에 의존하는 방식이며, 대면 통역사를 대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통역도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모든 통역 업무가 온라인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 서비스가 제대로 보급된다면 분명히 생명을 구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p> <p>지방 지역 청각장애인들의 통역 접근성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과제였다. 기술의 발전이 이 공백을 메우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지만, 현장 통역사들의 고용 불안과 서비스 질 저하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어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