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매주 월요일 오전 8시, 빅토리아주 럭나우에 사는 은퇴 부부 밥 러쉬턴 씨와 바브 러쉬턴 씨는 사륜구동 차량에 식품 꾸러미를 가득 싣고 길을 나선다. 두 사람은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 레이크스 엔트런스, 오브스트, 페인즈빌, 이글 포인트 일대에서 차량이나 텐트에서 생활하는 노숙자 15명에서 많게는 40명에게 음식과 의류, 생수를 나눠준다. 이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됐다.</p> <p>밥 씨에 따르면, 이들이 돕는 사람들 대부분은 40대 이상의 독신 남성으로, 지역 복지 서비스의 지원 대상에서 사실상 소외된 이들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래 언덕이나 숲속으로 들어가 숨어 지낸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 달 전에는 콜쿠운 주립 산림에서 네 명의 자녀와 함께 이중 침낭 하나에 의지해 생활하는 여성을 만나기도 했다.</p> <p>바브 씨는 "여성,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결국 주거 지원을 받게 되지만, 남성들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신 질환, 약물 중독, 알코올 의존 등 노숙에 이르게 된 사연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 부부는 최근 가장 절박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낡은 캐러밴을 구하는 일도 시작했다.</p> <p>지난 8월에는 레이크스 엔트런스 해안가에서 생활하던 노숙자들이 주민들의 민원으로 당국에 의해 강제 퇴거당하는 일도 있었다. 바브 씨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사람들이 저렴하게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타인의 부지에 소형 주택을 세우려면 지방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지역 의회들이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p> <p>2026년 3월 깁슬랜드 노숙자 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주거 등록부 우선 접근 대기자 명단에 등록된 깁슬랜드 가구 수는 7,791가구에 달한다. 또한 텐트, 차량, 야외에서 노숙하는 상태로 지역 내 지정 복지 기관을 찾은 사례는 599건으로 집계됐다. 깁슬랜드의 민간 임대 공실률은 1.7%로, 빅토리아주 지역 평균인 2.4%보다 낮아 주거난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p> <p>이러한 위기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깁슬랜드 레이크스 컴플리트 헬스의 앤-마리 케이저 최고경영자는 이 지역 주거 시장의 붕괴가 2020년 블랙 서머 산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도시 인구가 지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임대료가 급등했고, 이것이 노숙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p> <p>이에 대응하기 위해 깁슬랜드 레이크스 컴플리트 헬스는 올해 4월 레이크스 엔트런스에 처음으로 전용 드롭인 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지역 이웃 지원 기관, 교회 단체,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주 2회 운영되며, 개소 이후 200명 이상이 이용했다. 센터에는 라운지, 주방, 샤워실, 세탁실, 인터넷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지원 인력이 상주해 임시 숙소나 저렴한 모텔·캐러밴 파크를 찾는 과정을 돕는다.</p> <p>센터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한 여성은 "배가 고프면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고, 옷을 세탁하거나 샤워도 할 수 있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며 센터가 더 자주 문을 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p> <p>하지만 케이저 CEO는 단기 시범 사업 위주의 정부 지원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종료된 이동 의료 서비스 '헬스 온 휠스'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 프로그램은 노숙자들이 병원 응급실을 찾기 전에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노숙, 정신 건강, 사회적 고립, 가정 폭력 등 지역 사회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지원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p> <p>한편 2024~25년 빅토리아주 범죄 통계에 따르면, 이스트 깁슬랜드는 인구 대비 가정 폭력 발생 건수가 주 내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인구 10만 명당 5,021.5건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가정 폭력 피해자가 집을 떠나는 대신 가해자를 가정에서 분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노숙자 발생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이고 부처 간 협력에 기반한 정책 설계 없이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