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 캔버라에서 유학 중인 국제학생 마이(Mai·가명) 씨는 처음 호주에서 일자리를 구했을 때 기쁨이 컸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이제 혼자 살 수 있고, 더 독립적이 될 수 있고,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실제로 월세도 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호주국립대학교(ANU) 재학생인 마이 씨는 캔버라의 한 요식업체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p> <p>고용주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어 갑작스러운 출근을 요구했고, 주말 근무를 포함한 모든 시간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고정 시급을 지급했다. 마이 씨는 "모든 것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고, 월세 내기도 점점 어려워졌어요. 정말 많은 시간을 일했는데 그 노력이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어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정말 두려웠다"고 말했다.</p> <p>마이 씨의 사례는 결코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이주 노동자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임시 비자 소지 이주 노동자의 3분의 2가 공정근로법(Fair Work Act)에서 보장하는 임금보다 적은 금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학생들만 해도 연간 약 31억 8천만 달러에 달하는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p> <p>이주 정의 연구소(Migrant Justice Institute)를 설립한 배시나 파벤블럼(Bassina Farbenblum) 부교수는 임금 체불이 단순한 금전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금을 더 많이 체불당할수록, 여권을 압수당하거나 휴식 없이 2주 연속으로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는 등의 착취 상황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주 노동자들에게 특히 자주 나타나는 것은, 문제를 제기하거나 어떤 행동을 취하면 이민국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이라며 "비자를 잃을까 두렵고, 음식값과 월세도 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정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설명했다.</p> <p>한편, 임금 체불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현금 지급이 이주 노동자를 장부 밖에 두는 주된 수단이었지만, 최근에는 ABN(Australian Business Number·호주 사업자 번호)을 활용하는 방식이 급증하고 있다. ABN은 사업체를 식별하는 11자리 고유 번호로, 일부 고용주들이 직원에게 ABN을 만들도록 요구해 공정근로법상 각종 수당 지급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파벤블럼 부교수는 "현금 지급은 여전히 4명 중 1명꼴로 일부 임금을 현금으로 받는 형태로 남아 있지만, 지금은 ABN 활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p> <p>이에 대응해 호주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는 2024년 임시 비자를 도입했다. 이 비자는 기존 비자가 만료된 이후에도 직장 내 착취 피해를 신고하고 관련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최대 12개월간 호주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또한 연방 정부는 '신고 보호 강화 파일럿 프로그램(Strengthening Reporting Protections Pilot)'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직장 착취와 연관된 비자 조건 위반을 신고할 경우 내무부가 비자를 취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다.</p> <p>하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활용하는 임시 비자 소지자는 극히 드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내무부에 이주 노동자 보호 제도의 실제 이용 현황을 문의했으나,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비자 취소에 대한 두려움과 언어 장벽, 제도에 대한 낮은 인지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 신고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p> <p>파벤블럼 부교수는 임시 비자 소지자에 대한 임금 체불이 단순한 노동법 위반을 넘어 더 광범위한 착취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 씨처럼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조건을 감수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제도적 보호를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