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의 이민 통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호주통계청(ABS)이 최신 장기·영구 입국자(NPLT) 데이터를 발표한 가운데, 이 수치와 공식 순해외이민(NOM) 지표 사이의 큰 격차가 주택 시장 분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p> <p>ABS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NOM은 입국자가 16개월 중 12개월 이상 호주에 체류할 경우에만 이민자로 집계하는 '12/16 규칙'을 적용한다. 반면 NPLT 데이터는 입국 당시 승객 카드에 기재된 체류 의향만을 기준으로 삼으며, 실제 체류 기간은 반영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두 지표 사이에는 상당한 수치 차이가 발생한다.</p> <p>ABS 자체 분석에 따르면, 2025년 12월 분기 기준 연간 NOM은 약 30만 96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NPLT 수치를 NOM의 대리 지표로 사용할 경우 이민자 수가 약 60%, 즉 17만 9,570명가량 과대 추산된다. ABS는 NPLT가 이민 통계의 독립적인 신호로 신뢰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하고 있다.</p> <p>문제는 이 두 지표가 과거에는 방향성 면에서 30년 이상 일치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이 상관관계가 무너졌다. NPLT 수치는 계속 급등하는 반면, NOM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두 지표 간 괴리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NPLT를 이민 규모의 지표로 인용하면서 실제보다 훨씬 많은 이민자가 유입되는 것처럼 해석하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p> <p>한편, 이민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압력은 어느 지표를 사용하든 부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공공정책연구소(IPA)가 AB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6년 3월까지 12개월간 순 신규 주택 공급량은 17만 4,500채에 그쳤다. 같은 기간 NPLT 기준 순 입국자 수는 48만 9,300명으로, 신규 주택 공급의 약 2.8배에 달했다. 분기 기준으로도 2026년 1분기 신규 주택 공급은 5만 4,200채였지만, 같은 기간 NPLT 입국자는 19만 3,780명으로 세 배 이상 많았다.</p> <p>또한 주목할 점은 주택 공급 자체가 10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사실이다. 2016년 3월까지 12개월간 순 신규 주택 공급은 20만 4,400채였으나, 2026년에는 17만 4,500채로 약 14.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NPLT 기준 이민자 수는 24만 7,290명에서 48만 9,300명으로 약 97% 급증했다.</p> <p>이민 통계 논쟁의 핵심은 어떤 지표가 주택 수요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느냐는 문제다. NOM 지지자들은 실제 체류 행동을 반영한 NOM이 더 정확한 인구 변화 지표라고 주장한다. 반면 NPLT를 중시하는 측은 입국 당시의 의향 자체가 단기적인 주택 수요를 만들어내며, 실제로 체류 기간이 짧더라도 임대 시장에는 즉각적인 압력을 가한다고 반박한다.</p> <p>실제로 호주의 임대 시장은 극심한 공급 부족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임대 공실률은 2026년 4월 기준 1.6%로, 역사적 평균인 2.5~3.3%를 크게 밑돌고 있다. 광고 임대료는 2026년 4월까지 1년간 5.7% 상승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2019년 말 이후 기록적인 이민 유입이 이어지면서 전국 광고 임대료는 47% 급등했으며, 연간 임대 비용이 1만 1,400달러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p> <p>주택 공급 측면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는 2024년 7월부터 5년간 120만 채를 건설하겠다는 국가주택협약(National Housing Accord) 목표를 제시했지만, 협약 시행 후 첫 15개월간 목표 대비 8만 1,000채(27%)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6년 2월 기준 연간 주택 승인 건수는 19만 6,500채로, 목표치인 연 24만 채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p> <p>결과적으로 이민 통계 논쟁은 단순한 숫자 싸움을 넘어 주택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이민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민 문제는 현재 호주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적 논쟁 중 하나로, 주택 공급 확대와 이민 규모 조정 중 어느 쪽에 정책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를 놓고 각계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