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보하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호주가 이 흐름 속에서 보기 드문 협상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유치지로서 호주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연방정부가 이 기회를 활용해 저렴하고 안정적인 컴퓨팅 파워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p> <p>앤드루 찰턴 과학·기술·디지털경제 차관은 호주가 AI의 '임차인'이 아닌 '창조자'가 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맞이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달 초 연설에서 "호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싶다면, 그 컴퓨팅 자원의 일부를 호주 기업, 연구자, 스타트업에 제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호주가 AI 붐으로부터 더 큰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p> <p>현재 호주 기업들은 세계 첨단 컴퓨팅 용량을 장악한 소수의 빅테크 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용량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생성되는데, 호주는 이러한 센터를 유치하기에 매우 매력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방정부는 현재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승인을 위한 국가 표준을 개발 중이며, 주·준주 정부와 협력해 데이터센터의 입지, 전력 및 수자원 사용에 관한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데이터센터는 일단 건설되면 직접 고용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단순히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호주가 경제적 혜택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p> <p>이러한 상황에서 연방정부는 국내 AI 기업들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바이 오스트레일리안 AI 파트너십(Buy Australian AI Partnership)'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 파트너십에는 호주 4대 은행이 참여하며,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스톤 앤 초크(Stone & Chalk)가 주도하고 있다. 스톤 앤 초크의 스텔라 솔라 최고경영자는 "호주 대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호주 혁신 기업들에게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국내 컴퓨팅 파워 확보에 나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국내 기술을 위한 컴퓨팅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AI 기반 자체에서 밀려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p> <p>찰턴 차관은 현재 1,500개 이상의 호주 AI 기업들이 '세계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 구매자를 만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이는 현장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의 경험과도 일치한다. 소매업체의 셀프계산대 등에 활용되는 비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틸리터(Tiliter)의 공동 최고경영자는 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먼저 입증한 뒤에야 국내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독일인 공동창업자 덕분에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며, 호주 기업들을 지원하려는 의지와 리더십이 기업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p> <p>한편 캔버라에 본사를 둔 AI 기업 트렐리스 데이터(Trellis Data)의 최고경영자는 컴퓨팅 파워 확보에 수개월이 걸리고, 가격이 일주일 사이에 최대 50%까지 변동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호주가 엔비디아나 델 같은 미국 기술 공급업체로부터 받아들이는 투자 규모를 감안할 때, 호주 기업들이 일정 기간 가격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일정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확산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지역 사회의 반발을 산 사례를 언급하며, 호주의 협상 위치가 그만큼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에 대한 신뢰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강력한 호주 AI 산업을 구축하는 것이 지역 사회의 지지를 얻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