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 임대 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면서도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공실률이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상승세가 뚜렷하게 꺾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p> <p>도메인(Domain)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9월 분기 기준 주요 도시 주택 임대료는 주당 700달러로 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유닛 임대료는 1.5% 소폭 상승했지만, 시장에 나온 임대 매물이 극히 적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매우 낮은 상승폭이다.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 애들레이드에서는 주택 임대료가 3개월간 전혀 오르지 않았으며, 시드니와 캔버라에서는 각각 주당 5달러, 10달러씩 하락해 6월에 기록했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다윈과 호바트만이 이 흐름에서 벗어나 각각 5.3%와 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p> <p>도메인의 수석 주거 경제학자 니콜라 파월 박사는 이 같은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임차인들의 지불 능력 한계를 꼽았다. 그는 "임차인들이 추가 인상분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사실상 바닥났다는 점이 임대료 추가 상승을 막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실률 수준과 실제 임대료 상승 사이에 사실상 괴리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파월 박사는 여전히 모든 주요 도시와 지역에서 '집주인 우위 시장'이 유지되고 있지만, 극심한 공급 부족이 반드시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p> <p>전국 공실률은 0.1%포인트 상승해 1%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소폭 개선된 것이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훨씬 빡빡한 시장 상황이다. 임대 매물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해소되지 않은 채, 임차인들의 경제적 한계가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p> <p>독립 부동산 경제학자 카메론 쿠셔는 임차인들이 시장의 압박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임대료가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덜 선호하는 지역으로 이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쉐어하우스 입주나 성인 자녀가 부모 집에 더 오래 머무는 현상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p> <p>한편, 원 네이션(One Nation) 당은 이번 데이터 발표 직전 자체 이민 정책 모델링을 공개하며, 해당 정책이 호주 임차인들의 연간 임대료를 약 3,000달러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 네이션은 집권 시 3년에 걸쳐 임시 비자 75만 건을 삭감해 임대료 인플레이션을 6.5%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쿠셔는 "최근 몇 년간 임대료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를 감안하면, 그 정도로 임대 부담을 크게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그래도 임차인들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어떤 변화든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p> <p>쿠셔는 또한 올해 예산안에서 부동산 투자 매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이뤄진 변화들이 아직 시장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당초 우려했던 것처럼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p> <p>시드니, 다윈, 퍼스는 여전히 호주에서 가장 비싼 임대 시장으로 꼽히며, 주택 임대료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임대 시장의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인들의 지불 능력 한계가 시장의 새로운 균형점을 만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