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앙은행(RBA) 앤드루 하우저 부총재가 6월 24일 멜버른에서 열린 경제학회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하며, 물가를 목표 범위 안으로 되돌리기 위한 추가적인 정책 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우저 부총재는 이날 Sir Douglas Copland Memorial Lecture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며,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고 밝혔다. 그는 RBA가 올해 2월, 3월, 5월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호주의 기준금리는 4.35%로, RBA 이사회는 지난 6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하우저 부총재는 이번 동결이 긴축 기조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사회는 2025년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이 크게 반등했으며, 현재도 RBA의 목표 범위인 2~3%를 웃돌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5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연간 기준 4.0%로 전월의 4.2%에서 소폭 하락했다. 연료 가격 하락이 일부 완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RBA가 더 중요하게 주시하는 근원 인플레이션(트림드 민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3.4%에서 3.6%로 상승해 기저 물가 압력이 여전히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RBA는 5월 전망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최대 3.8%까지 오른 뒤 내년 말에야 목표 범위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우저 부총재는 이번 연설에서 필립스 곡선의 비선형성과 가파른 기울기를 주요 주제로 다뤘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 있을 때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실업률 상승이라는 대가를 상대적으로 작게 치르면서도 물가를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긴축을 미루면 나중에 더 큰 고용 충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서는 실업률이 약 4.5% 수준으로 다소 완화됐지만, 고용 여건이 여전히 충분히 견조해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우저 부총재는 현재 노동시장의 강도를 감안할 때 긴축 정책이 실업률을 급격히 끌어올리지 않으면서도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RBA의 5월 기준 전망에서는 실업률이 현재 4.3%에서 2년 내 4.7%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 가능성이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호주 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반가운 전개라고 평가했다. 다만 분쟁의 완전한 해결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동 갈등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유가 상승이 물가 압력을 추가로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RBA의 긴축 기조는 미셸 불록 총재가 강한 노동시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 하우저 부총재 역시 긴축 정책의 목표가 수요 증가세를 목표 이하로 낮춰 공급 과잉 압력을 해소하고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14bp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어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근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는 만큼, RBA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 긴축에 나설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웨스트팩 등 주요 은행들은 중동 분쟁의 2차 물가 파급 효과를 경고하며 8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