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와 멜버른의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많은 호주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지는 속도보다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웨스트팩의 최신 부동산 전망과 코탈리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드니의 중간 주택 가격은 올해 5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약 2만 9,601달러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멜버른 역시 같은 기간 약 1만 8,128달러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드니 주택 가격은 이미 올해 첫 4개월 동안 약 1만 8,977달러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대출 여력이 집값 하락폭보다 훨씬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평균 풀타임 임금을 받는 단독 소득자의 경우, 올해 단행된 금리 인상으로 최대 대출 한도가 이미 약 3만 5,800달러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시드니 집값 하락폭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대출 여력 감소폭은 7만 1,000달러를 넘어선다.
웨스트팩은 올해 추가로 두 차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평균 임금 단독 소득자의 올해 총 대출 한도 감소폭은 약 5만 7,600달러에 달해 연초 대비 구매 예산의 10%가 사라지는 셈이 된다. 이미 세 차례의 연속 금리 인상이 단행된 상황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캔스타의 데이터 인사이트 디렉터 샐리 틴달은 "시드니 중간 주택 가격이 여전히 160만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3만 달러 하락은 반올림 오차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한 "집값 하락 소식이 주택 구매자들에게는 반가울 수 있지만, 이것이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며 "시드니와 멜버른 같은 도시에서는 이미 중간 주택 가격 하락폭보다 구매 예산이 훨씬 더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웨스트팩의 최신 주택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26년 주요 수도 전반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전반적으로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드니는 -3%, 멜버른은 -4%의 하락이 예상되는 반면, 브리즈번은 9%, 퍼스는 13%, 애들레이드는 7% 상승이 전망된다. 퍼스와 브리즈번 등 다른 도시들은 집값이 오히려 오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호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집값 하락과 주택 구매 가능성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집값이 내려가면 내 집 마련이 쉬워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금리 인상과 대출 조건 강화로 실제 구매력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5% 소액 보증금 제도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구매자들은 집값 하락으로 인해 주택 가치가 대출 잔액보다 낮아지는 '마이너스 자산'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택부 장관 크리스 보웬은 이에 대해 정부의 주택 정책을 개별적으로 보지 말고 패키지 전체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거티브 기어링과 양도소득세 혜택 개편, 주택 건설 지원,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지원 등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주택 소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됐다고 밝혔다. 또한 "주택 시장에는 단기적인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정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드니의 경우 주 간 인구 이동 감소, 멜버른의 경우 신규 주택 공급 증가와 경기 둔화가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퍼스와 브리즈번 등은 높은 인구 증가율과 공급 부족이 맞물려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코탈리티의 수석 연구원은 모든 수도에서 "모멘텀이 약해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하면서, 연속적인 금리 인상과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이 전반적인 시장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집값 하락이 반드시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주택 구매를 고려하는 이들은 단순히 가격 변동만이 아니라 대출 여력과 금리 전망을 함께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