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 정부가 2026년 5월 12일 발표한 2026-27 회계연도 예산안에 이민 제도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개혁 방안이 담겼다. 워킹홀리데이 메이커 프로그램 운영 방식 변경, 이민자 영어 교육 프로그램 개편, 학생 비자 심사 강화, 기술 이민 포인트 테스트 개혁 등이 주요 내용으로, 호주에 거주하거나 이민을 준비 중인 한인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워킹홀리데이 메이커(WHM) 프로그램과 관련해 정부는 전체 비자 발급 수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핵심은 추첨제(ballot) 방식의 확대 적용이다. 추첨제는 참여 국가별로 상한선을 두고 신청자 중 무작위로 비자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더 많은 국가에 이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비자 수를 "더 잘 통제"하고 "공정한 배분"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자 소지자가 호주에 도착한 뒤 취업하는 데 걸리는 장벽을 줄이는 방향도 함께 추진된다. 구체적인 국가별 쿼터나 추첨 방식의 세부 내용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민자 영어 교육 지원 체계도 대폭 손질된다. 현재 신규 이민자에게 무료 영어 교육을 제공하는 성인 이민자 영어 프로그램(AMEP)은 2029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모델로 전환된다. 새 프로그램은 보다 유연한 수업 방식과 추가 지원 서비스를 갖추고, 정식 영어 교육이 가장 필요한 이민자를 집중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고용 성과와 사회 통합 향상도 목표로 삼고 있다. 재무장관 짐 찰머스는 "직장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영어 능력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정부는 이 조치가 4년간 비용 중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 비자 심사 강화에는 별도 예산이 책정됐다. 내무부는 2026-27년부터 4년간 1,980만 달러를 지원받아 국내외 학생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 이는 유학생 비자 시스템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로, 국내 체류 중인 신청자와 해외에서 신청하는 경우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이와 함께 이민 시스템 전반의 역량 강화를 위해 4년간 4,640만 달러가 추가로 배정됐으며, 이민 시스템 건전성 강화 전체 예산은 4년간 1억 6,740만 달러에 달한다.
기술 이민 포인트 테스트도 13년 만에 개편된다. 현행 포인트 테스트는 영주권 기술 이민자의 대다수를 선발하는 핵심 기준이지만,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것이 13년 전이다. 정부는 더 젊고, 학력이 높으며, 수요가 많은 직종의 기술을 보유한 지원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테스트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직종과 자격이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래탄 연구소는 개편된 테스트가 향후 10년간 약 80만 명의 기술 이민자 선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산했다.
기술 인력 수급 측면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정부는 이민 기술 노동자의 기술 평가와 직업 면허 취득을 가속화하기 위해 4년간 8,520만 달러를 투입한다. 이 조치를 통해 숙련 이민 기술자가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 6개월 단축하고, 연간 최대 4,000명의 추가 기술 인력을 노동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비자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기술 평가 프로그램은 호주 기술 인정 기관(Trades Recognition Australia)을 통해 운영된다.
이민자 권리 보호를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이민 노동자들이 직장 내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비자 취소에 대한 두려움 없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2년간 2,700만 달러를 지원한다. 한편 영주 이민 프로그램 규모는 2026-27년에도 18만 5,000명으로 유지되며, 이 중 70% 이상이 기술 이민 스트림에 배정된다. 특히 전체 기술·가족 스트림 중 약 12만 9,590명이 이미 호주에 체류 중인 임시 비자 소지자에게 배정되는 점이 눈에 띈다. 반면 해외 신청자에게 돌아가는 자리는 5만 5,110명으로, 주로 호주의 장기 기술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고숙련 이민자에게 집중된다.
순 해외 이민(NOM) 전망치와 관련해 정부는 2025-26년 29만 5,000명, 2026-27년 24만 5,000명으로 예측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보다 다소 높은 수치로, 임시 비자 소지자들의 체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진 영향이 반영됐다. 다만 순 해외 이민은 2022-23년 정점 대비 이미 약 45% 감소한 상태다. 이번 예산안에 담긴 이민 개혁 조치들은 노동 시장 수요와 시스템 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면서 인구 증가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전략적 방향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