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새 집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이 8년 전과 비교해 63%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주택 건설 비용 지수(National House Building Costs Index)는 2018년 1월 기준 100에서 출발해 올해 4월 기준 165.2까지 치솟았다. 2021년 당시 이 지수가 101.5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팬데믹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건설 비용이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건설 비용 상승률은 한때 연간 23.2%에 달하는 극단적인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현재는 연간 4.4% 수준으로 다소 안정됐지만, 이는 여전히 장기 평균을 웃도는 수치다. 코탈리티(Cotality, 구 코어로직)의 코델 건설 비용 지수(CCCI)에 따르면 가장 최근 분기에도 건설 비용은 0.5% 상승했으며, 단열재와 바닥재 등 주요 자재 가격이 각각 2%씩 오른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반면 냉난방 제품 가격은 3% 이상 하락해 일부 상쇄 효과를 냈다.
건설 비용이 이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숙련 노동력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동 비용은 한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여기에 각종 규제와 건축 기준 강화도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2026년부터 호주 대부분의 주와 준주에서 신규 단독주택은 전국 주택 에너지 등급 제도(NatHERS) 기준 최소 7성급 에너지 등급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러한 규정 강화가 건설 비용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 비용이 파도처럼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최근의 중동 분쟁 등 각각의 충격이 비용 기준선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고, 그 수준이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건설 비용 상승은 호주의 주택 공급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연방정부가 5년간 120만 채의 신규 주택 공급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치솟는 건설 비용이 이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3월 전체 주택 승인 건수는 10.5% 감소했으며, 고밀도 주거시설 승인은 26.0%나 급감했다. 건설 비용 상승으로 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신규 아파트 프로젝트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기업 도산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3~2024 회계연도에만 2,832개의 건설 회사가 파산했으며, 소규모 업체들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 가격 계약으로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들은 비용이 오를수록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에 노출돼 있다. 이에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올해 5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국가 건설 기준 2025(National Construction Code 2025) 적용을 12개월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주택 건설 비용 상승은 임대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임대 공실률은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임대료는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호주 전역의 임대 비용이 임금 상승률을 웃도는 속도로 오르면서 주거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호주 가구들이 세전 소득의 33.4%를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택 수요는 여전히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임대료와 집값 모두에 지속적인 상방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올해 5월 예산안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총 470억 달러 규모의 주택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전력·수도·도로 등 기반 시설 확충을 위해 20억 달러를 추가 배정했다. 그러나 건설 비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한, 정부 목표와 실제 공급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설 비용 절감, 규제 완화, 생산성 향상, 설계 혁신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