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안작 데이(4월 25일), 시드니 남서부 벨모어의 파리지아나 나이트클럽에서 한 남성이 싸움을 말리다 흉기에 찔려 숨졌다. 피해자는 두 자녀를 둔 그리스계 호주인 조지 지아노풀로스였다. 사건 발생 24시간 이내에 NSW 경찰은 용의자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지만, 피의자는 이미 호주를 떠난 뒤였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2026년 6월, 호주 역사상 가장 오래 도주한 수배자 중 한 명이 마침내 그리스에서 붙잡혔다.
그리스 경찰은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서부 아카이아 지역의 소도시 아이기오에서 제임스 달라망가스(55)를 체포했다. 그는 수십 년간 '안토니스 치마스'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아이기알레이아 지역 알소스 마을에 정착해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민들은 그를 올리브 농장을 경작하는 조용한 농부로 알고 있었으며, 그가 오랫동안 도주 중인 수배자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전했다.
체포 과정은 치밀한 잠복 수사 끝에 이뤄졌다. 그리스 경찰은 새로운 첩보를 입수한 뒤 그의 거주지 주변에서 사흘간 감시 작전을 펼쳤다. 높은 담장과 맹견으로 둘러싸인 요새 같은 농장 안으로 진입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컸기 때문에, 경찰은 그가 집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결국 달라망가스가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서는 순간 경찰이 신원 확인을 요청했고, 그는 처음에 거짓 이름을 댔다. 그러나 지문 채취 결과 인터폴 적색수배 기록과 일치했고, 이후 경찰서에서 자신의 진짜 신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그의 농장을 수색한 결과 휴대전화 13대, 노트북, 활과 화살, USB 드라이브, 각종 칼 등이 압수됐다. 그리스 당국은 달라망가스를 무기 소지 및 허위 진술 혐의로도 입건했으며, 그의 아버지와 동거인도 범인 은닉 혐의로 함께 구금됐다.
달라망가스는 체포 직후 그리스 서부 도시 파트라스 법원에 방탄조끼를 입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출석해 송환 심리를 받았다. 그는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을 나서면서 1998년 시드니 스타시티 카지노에서 경호원들과의 충돌 중 사망한 자신의 동생 피터를 언급하며 "피터 달라망가스를 위한 정의를"이라고 외쳤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그의 변호인 니코스 아포스톨로풀로스는 법원 밖에서 의뢰인의 그리스 시민권과 시간의 경과를 근거로 송환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해당 범행이 그리스 형법 및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에 호주 당국에 인도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의 송환 여부는 이제 그리스 항소법원이 결정하게 된다.
실제로 그리스 법률상 송환은 해당 범죄가 현지 법에 따라 처벌 가능하고 공소시효 내에 있어야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어, 법적 장벽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957년 유럽 범죄인 인도 협약은 자국민 인도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어, 그리스가 이를 근거로 인도를 거부할 경우 달라망가스는 그리스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호주 당국은 이번 체포에 앞서 수십 년간 수사를 이어왔다. 2003년 첫 번째 송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그리스 당국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이어받았으나 2007년 달라망가스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기소가 중단됐다. 이후 2019년 호주 당국은 그의 체포로 이어지는 정보 제공에 2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2024년에는 NSW 경찰과 호주 연방경찰(AFP)이 그리스의 25년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하자 피해자 가족과 함께 마지막 정보 제공 호소를 벌이기도 했다.
NSW 경찰은 이번 체포 소식에 "체포 보고에 고무됐다"며 NSW 경찰과 호주 당국이 현재 그리스 경찰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장관실 대변인은 송환 요청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피해자 지아노풀로스의 가족은 호주와 그리스 당국이 "조지의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수십 년간 물밑에서 끊임없이 노력해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가족 측은 호주와 그리스 정부가 협력해 달라망가스가 호주로 송환돼 호주 사법 체계 안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27년이 넘는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이번 체포가 피해자 가족에게 정의를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이제 그리스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