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인 NAB(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가 기존에 예고했던 8월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공식 철회하고, 호주중앙은행(RBA)의 기준금리가 현재의 연 4.35%에서 올해 말까지 동결될 것이라는 새로운 전망을 내놓았다. 이로써 CBA(커먼웰스 은행)와 ANZ에 이어 NAB까지 동결 전망에 합류하면서, 4대 은행 중 3곳이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공유하게 됐다.
이번 전망 변경의 배경에는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들이 자리하고 있다. NA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샐리 올드와 호주 경제 담당 수석 가레스 스펜스는 연구 노트를 통해, 최근 공개된 GDP 데이터와 NAB 자체 기업 경기 조사 결과가 경제 모멘텀의 둔화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스펜스는 "RBA가 올해 2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경제 성장이 추세를 웃돌고, 경제가 잠재 수준 이상으로 가동되며, 인플레이션도 목표치를 초과하는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그 이후 경제 활동 지표들의 여건이 다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NAB의 5월 기업 경기 조사에서는 기업 여건이 10포인트 개선돼 마이너스 14를 기록했지만, 이는 여전히 올해 초 RBA의 세 차례 금리 인상과 이란 전쟁 발발 이전 수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금리가 다시 긴축적인 영역으로 진입하고, 경제 활동이 둔화되며, 노동 시장이 연착륙 조짐을 보이고, 비용 압력도 완화되고 있는 만큼, RBA가 연중 이후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완화되는지를 지켜볼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NAB 측의 분석이다. 또한 가계 지출도 2025년 말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스펜스는 덧붙였다.
소비자 심리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웨스트팩-멜버른 인스티튜트 소비자 심리 조사에 따르면, 6월 초 소비자 신뢰지수가 2.9% 하락했다. 웨스트팩의 호주 거시 예측 담당 수석 매튜 하산은 "6월 들어 생활비 문제가 다시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연방 예산안에서 발표된 세제 변경도 소비자들의 부동산 투자 인식에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왔다. 부동산을 가장 현명한 저축 수단으로 꼽은 응답자 비율은 9.2%에서 4.5%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 반면, 부채 상환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답한 비율은 5.2%포인트 상승해 27%에 달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 전망이 잇따라 철회되는 가운데, 일부 대출 기관들은 이미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ANZ는 2년 및 3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1%포인트 인하했으며, 도전자 은행인 맥쿼리는 3년 만기 고정 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캔스타의 데이터 인사이트 디렉터 샐리 틴달은 이번 인하 폭이 크지는 않지만, 시장 대부분이 여전히 금리 상승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맥쿼리와 ANZ가 경쟁 은행들보다 앞서 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4대 은행 중 웨스트팩만이 올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며 홀로 인상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웨스트팩은 기준금리가 최고 4.8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CBA는 4.35% 동결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며 적어도 2027년 초까지는 추가 인상도, 인하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ANZ 역시 2026년 12월까지 4.35% 동결을 유지한 뒤 2027년 1분기부터 25~50베이시스포인트의 소폭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BA는 올해 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해 현재 4.3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단행된 세 차례 인하분을 완전히 되돌린 수준이다. RBA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범위인 2~3%를 초과하는 상황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다만 최근 경제 지표들이 잇따라 둔화 신호를 보내면서, 중앙은행이 추가 긴축보다는 데이터를 지켜보는 관망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