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새벽, 호주 최대 통신사 텔스트라(Telstra)의 전국 네트워크가 갑작스럽게 마비되면서 수백만 명의 이용자가 큰 불편을 겪었다. 장애 신고는 오전 4시 30분경부터 접수되기 시작했으며, 오전 7시까지 장애 추적 사이트 다운디텍터(DownDetector)에 7,000건 이상의 신고가 쏟아졌다. 모바일 통화와 데이터 서비스가 끊기면서 일반 이용자는 물론 소상공인, 대중교통 운영사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다.
텔스트라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이클 애클런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 원인이 소프트웨어 결함임을 확인했다. 시드니와 멜버른 데이터센터에 위치한 서버의 노드 간 시간 동기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네트워크 전반에 간헐적 장애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간 동기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유는 아직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장애가 사이버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으며, 결함의 원인은 이미 식별·격리됐다고 덧붙였다. 모든 네트워크 문제는 오후 4시를 기해 완전히 복구됐다.
이번 장애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 것은 긴급전화 트리플제로(000) 연결 장애였다. 통신부 장관 아니카 웰스는 일부 트리플제로 통화가 영향을 받았음을 공식 확인했다. 비상관리부 장관 크리스티 맥베인은 호주 휴대폰이 긴급전화 연결 시 다른 통신사 네트워크로 자동 전환되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5년 11월부터 시행된 새 규정에 따르면, 통신사는 장애 발생 시 긴급전화가 다른 가용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될 수 있도록 차단 기능을 해제해야 한다. 한편 텔스트라는 트리플제로 관련 복지 확인 건수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고 밝혔으며, 이는 이용자들이 연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 삼아 전화를 걸었다가 연결되자 바로 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교통 분야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빅토리아주 광역 열차 운영사 V/라인(V/Line)은 "전 노선에 영향을 미치는 무선 네트워크 장애"를 이유로 지역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했으며, 승객들에게 가능하면 이동을 미뤄달라고 당부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도 일부 지역 노선이 영향을 받았으며, 캠벨타운~모스베일~굴번 구간을 잇는 서던하이랜즈 노선 열차가 운행을 멈췄다.
소상공인 피해도 컸다. 약 8만 개 사업체가 사용하는 결제 서비스 업체 타이로(Tyro)는 일부 고객의 EFTPOS 단말기가 4G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아 카드 결제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가능한 경우 이더넷이나 와이파이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커먼웰스은행(CBA)은 일부 가맹점 고객이 영향을 받았으나 오전 9시 40분까지 해결됐다고 밝혔고, NAB도 일부 가맹점 단말기와 소수의 외부 ATM에서 간헐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시드니에서 약 400킬로미터 떨어진 베가(Bega) 지역의 한 카페 운영자는 무인 판매 시스템에 의존하는 탓에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텔스트라 망을 사용하는 부스트 모바일, 빌롱, 알디 모바일, 에브리데이 모바일, 탠저린 등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이용자들도 동일한 장애를 겪었다.
앤서니 알바니지 총리는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고 국민 생활에 큰 혼란을 주는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정부가 텔스트라와 긴밀히 협력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악의적 개입의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 대표 앵거스 테일러와 원네이션 의원 바나비 조이스는 이번 장애가 중국의 탄도미사일 시험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알바니지 총리는 텔스트라가 악의적 개입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해당 주장을 일축했다.
통신미디어청(ACMA)은 이번 장애에 대한 전면 조사를 공식 발표했다. 웰스 장관은 "텔스트라는 이번 장애가 어떻게, 왜 발생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RMIT대학교 마크 그레고리 부교수는 지난해 보다폰 장애 당시에도 ACMA가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현행 규정이 중대 장애 발생 시 ACMA의 보고서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전한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2024년 텔스트라 대규모 장애 당시 한 빅토리아주 남성이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가족의 긴급전화 연결이 지연돼 사망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텔스트라는 조사 결과 3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