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RBA) 통화정책이사회가 6월 16일 회의에서 기준금리(현금금리 목표)를 연 4.35%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올해 2월, 3월, 5월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뒤 처음으로 인상을 멈춘 것이다.
이사회는 이번 결정이 앞선 세 차례 금리 인상의 효과가 경제 전반에 어떻게 파급되는지 평가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 범위(2~3%)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필요하다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사회 성명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표현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핵심 물가 지표인 트리밍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3.3%에서 3.4%로 오히려 소폭 상승했으며, RBA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과 근원 인플레이션 모두 "여전히 너무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과 이란 간 잠정 평화 합의 소식으로 이번 주 유가가 다소 하락했지만, 과거 유가 급등의 여파는 여전히 경제 전반에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시장 지표는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4월 실업률은 4.5%로 2021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취업자 수도 약 1만 9,000명 감소했다. 이사회는 실업률이 "예상보다 높았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른 노동시장 지표들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투자는 여전히 탄탄하고 신용 공급도 원활한 상태다.
소비 둔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사회는 소비자 지출 증가세가 예상대로 둔화되고 있으며, 일부 주요 도시에서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모멘텀도 꺾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에 그쳐 경기 둔화가 수치로도 확인됐다. 이처럼 세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의 효과가 서서히 경제에 스며들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는 중동 분쟁 해결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아지고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에 대한 상방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사회는 향후 데이터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연방정부의 임시 유류세 인하 조치가 6월 30일 종료될 예정이어서, 이후 휘발유 가격이 오르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NAB는 다음 금리 변동 방향이 인하 쪽이라는 확신이 커졌다면서도, 시기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반면 웨스트팩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2차 인플레이션 효과를 이유로 8월과 9월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ANZ는 당분간 금리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7년 말까지 4.35%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계 입장에서는 이번 동결로 당장 상환 부담이 더 늘지는 않게 됐다. 하지만 올해 세 차례 인상이 누적된 효과는 여전히 크다. 80만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경우, 올해 인상분이 누적되면서 월 상환액이 약 485달러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현재 최고 5.75%대의 저축 금리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RBA 총재 미셸 불록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가계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사회는 앞으로의 결정이 들어오는 경제 데이터와 전망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히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