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통계청(ABS)이 2026년 6월 30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에 따르면, 연간 물가 상승률이 4.0%를 기록해 4월의 4.2%에서 소폭 낮아졌다. 표면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흐름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근원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트리밍 평균(Trimmed Mean)은 5월 기준 3.6%로, 4월의 3.4%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트리밍 평균은 가격 변동이 극단적으로 크거나 작은 품목을 제외하고 중간 70%의 가중 평균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일시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기저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호주중앙은행(RBA)의 목표 범위인 2~3%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은 물가 안정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시사한다.
5월 한 달 동안의 월간 변동을 보면, CPI는 원계열 기준으로 0.7% 하락했고 계절 조정 기준으로는 0.1% 내렸다. 이는 일부 품목의 일시적 가격 하락이 반영된 결과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연간 물가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분야는 주거비(Housing)로 6.5% 올랐다. 이는 4월의 6.3%보다도 높아진 수치다. 주거비 상승의 주된 원인은 전기요금으로, 5월 기준 전년 대비 무려 21.1%나 급등했다. 이처럼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 배경에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지난해 제공했던 전기요금 보조금이 종료된 영향이 크다. 보조금 효과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전기요금 인상률은 3.9% 수준이다. 이 밖에 신규 주택 가격이 5.6%, 임대료가 3.6% 각각 상승하며 주거비 전반에 걸쳐 오름세가 이어졌다.
식품 및 무알코올 음료 부문도 3.3% 올라 4월의 2.8%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외식 및 테이크어웨이 가격이 5월 기준 연간 4.0% 상승하며 식품 물가를 끌어올렸다. 교통비 역시 3.3% 상승했지만, 이는 4월의 6.6%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자동차 연료 가격이 3월과 4월에 급등했다가 5월에 안정세를 보인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자동차 연료는 3월, 4월, 5월 모두 트리밍 평균 산출에서 제외될 만큼 가격 변동이 극단적이었다.
국제 무역 노출도에 따른 분류를 보면, 국제 시장 가격의 영향을 받는 교역재(Tradables) 인플레이션은 5월 기준 2.5%로 4월의 3.2%에서 낮아졌다. 반면 주거비, 교육비 등 국내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비교역재(Non-tradables) 인플레이션은 4.7%로 4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기요금, 신규 주택 가격, 의료 및 병원 서비스 등이 비교역재 물가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데이터는 호주 물가 상황의 복잡한 단면을 보여준다. 헤드라인 CPI는 4월보다 낮아졌지만, 이는 교통비 등 일부 변동성 큰 항목의 가격 안정에 따른 것이다. 반면 주거비와 식품 등 가계가 매일 체감하는 생활 밀착형 품목의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트리밍 평균이 4월보다 높아진 것은 이러한 기저 물가 압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ABS는 2027년 2월부터 CPI를 매월 마지막 수요일이 아닌 네 번째 수요일에 발표하는 방식으로 공표 일정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로, 데이터 품질에는 영향이 없다고 ABS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