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일부터 호주의 퇴직연금(슈퍼애뉴에이션) 납부 방식이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바뀐다. 호주 연방정부는 모든 고용주가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날 퇴직연금 보장(SG) 기여금을 함께 납부하도록 의무화하는 '페이데이 슈퍼(Payday Super)' 제도를 도입한다.
지금까지 고용주는 직원의 퇴직연금을 분기에 한 번, 즉 최대 3개월에 한 번씩 납부하면 됐다. 분기 마감일은 각각 10월 28일, 1월 28일, 4월 28일, 7월 28일이었다. 그러나 7월 1일부터는 이 분기별 납부 방식이 완전히 폐지되고, 급여를 지급할 때마다 해당 금액의 12%에 해당하는 퇴직연금을 함께 납부해야 한다. 납부된 기여금은 영업일 기준 7일 이내에 직원이 지정한 슈퍼펀드 계좌에 입금돼야 한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 배경은 퇴직연금 미납 문제다. 기존 분기별 납부 방식에서는 고용주가 최대 4개월 동안 직원의 퇴직연금을 보유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기업이 도산하거나 현금 흐름을 잘못 관리하면 직원들이 퇴직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호주국세청(ATO)은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퇴직연금이 미납 상태로 남아 근로자들의 노후 자산을 직접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밝혀왔다.
페이데이 슈퍼 제도가 시행되면 직원들은 급여일마다 퇴직연금 납부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최대 4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투명성이 크게 높아지는 셈이다. 또한 직원이 퇴직연금이 제대로 납부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ATO에 직접 신고할 수 있는 경로도 새롭게 마련됐다.
ATO는 싱글터치페이롤(STP) 시스템을 통해 고용주의 급여 지급 내역과 슈퍼펀드의 실제 입금 내역을 실시간으로 대조한다. 예를 들어 7월 15일 급여가 지급됐는데 7월 22일까지 어떤 슈퍼펀드에도 기여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ATO가 즉시 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데이터 매칭 방식이 강화되면서 미납이나 지연 납부를 조기에 적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납부 기한을 어길 경우 부과되는 제재도 한층 강화됐다.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한 고용주는 슈퍼애뉴에이션 보장 부과금(SGC)을 납부해야 하며, 여기에는 미납 퇴직연금 원금과 이자, 행정 수수료가 포함된다. 또한 세금 공제 혜택도 박탈된다. 위반 횟수에 따라 미납 SGC의 25% 또는 50%에 해당하는 추가 벌금이 부과되며, 최대 200%까지 올라갈 수 있다. 반면 자진 신고를 통해 오류를 시정하면 부과금이 감면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제도 변경은 고용주의 현금 흐름 관리 방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는 분기마다 한꺼번에 납부하던 퇴직연금이 이제는 급여 지급 주기마다 나눠 납부해야 하는 항목이 된다. 특히 계절적 변동이 크거나 급여 구조가 복잡한 사업장의 경우 현금 흐름 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또한 급여 소프트웨어가 매 급여 주기마다 퇴직연금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납부할 수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개편은 2023~24년 연방 예산에서 '호주인의 슈퍼 보장 패키지(Securing Australians' Superannuation Package)'의 일환으로 발표됐다. 관련 법안인 '재무법 개정(페이데이 슈퍼애뉴에이션)법 2025'와 '슈퍼애뉴에이션 보장 부과금 개정 법안 2025'가 의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번 개편에는 퇴직연금 보장 요율을 2025년 7월 1일부터 12%로 인상하는 조치와 정부 지원 유급 육아휴직에 퇴직연금을 추가하는 내용도 함께 포함돼 있다.
6월 30일까지 지급된 급여에 대한 퇴직연금은 기존 분기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2026년 4월~6월 분기분은 7월 28일까지 납부를 완료해야 하며, 이 기한을 넘기면 8월 28일까지 SGC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7월 1일 이후 지급되는 급여부터는 새로운 페이데이 슈퍼 규정이 적용된다. 이번 제도 시행을 총괄하는 기관은 ATO이며, 고용주 대상 교육 자료와 안내 자원도 함께 제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