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호주 대형 슈퍼마켓의 '과도한 가격 책정'이 법적으로 금지됐다. 연간 매출 300억 달러를 초과하는 초대형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한 이번 규제는 식품·식료품 행동강령(Food and Grocery Code of Conduct) 개정을 통해 시행됐으며,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는 콜스(Coles)와 울워스(Woolworths) 두 곳뿐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대형 슈퍼마켓은 소비자에게 식료품을 판매할 때 공급 원가에 합리적인 마진을 더한 수준을 '현저히 초과'하는 가격을 책정해서는 안 된다. 이는 기존 호주 경쟁법이 가격 수준 자체보다는 담합이나 반경쟁적 행위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그동안 호주에서는 기업이 아무리 높은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반경쟁적 행위가 없는 한 불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가 이번 규제의 집행을 전담한다. 위반이 확인될 경우 해당 업체는 1,000만 달러, 위반으로 얻은 이익의 3배, 또는 직전 12개월 연간 매출의 10% 중 가장 큰 금액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받는다. ACCC는 법원 명령, 과태료 고지, 법원 집행 확약 등 다양한 집행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규제에는 '과도한 가격'에 대한 고정된 기준치가 없다. ACCC는 소비자와 공급업체의 신고, 슈퍼마켓으로부터 수집한 가격·마진·판매 수익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특정 제품의 가격이 과도한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또한 ACCC는 모든 제품을 동시에 감시하는 대신, 소비자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품목을 우선 집중 감시할 방침이다. 향후 수개월 내에 집중 감시 대상 품목을 공개하고 정기적으로 현황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ACCC 대행 위원장 카트리오나 로우(Catriona Lowe)는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가계의 핵심 관심사"라며, 이번 규제가 소비자 보호와 슈퍼마켓 부문의 경쟁 촉진을 위한 추가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소비자와 공급업체가 특정 제품의 가격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ACCC에 신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익명 신고도 가능하며, ACCC는 이를 통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제품을 파악할 계획이다.
한편 슈퍼마켓들은 이번 규제 준수를 위해 식료품 가격 관련 정보를 최소 3년간 보관해야 한다. ACCC는 필요 시 이 정보를 요청할 수 있으며, 규정 위반 우려가 제기될 경우 상세한 자료와 증거를 추가로 요구할 수도 있다.
이번 규제는 알바니즈 정부가 추진해온 슈퍼마켓 부문 개혁 패키지의 일환이다. 정부는 ACCC에 슈퍼마켓 및 소매 부문의 유해하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행위를 다루기 위해 3,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소비자 단체 CHOICE에 슈퍼마켓 가격 정보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또한 신선 농산물 공급업체들이 대형 슈퍼마켓과의 협상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200만 달러 규모의 교육 프로그램 보조금도 지원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 신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슈퍼마켓은 수천 가지 제품을 취급하며 비용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특정 제품 하나의 마진을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규제는 콜스와 울워스의 가격 책정 관행에 대한 감시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소비자들이 직접 신고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ACCC는 감시 및 집행 활동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슈퍼마켓 가격 투명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