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통신사 텔스트라(Telstra)의 모바일 네트워크가 7월 8일 수요일 새벽부터 전국적으로 마비되며 수만 명의 고객이 통화와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장애 추적 사이트 다운디텍터(DownDetector)에는 오전 4시 15분부터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해 오전 6시 30분에 정점을 찍었으며, 수만 건의 장애 보고가 쏟아졌다.
피해 유형을 보면 모바일 신호 불통이 전체 신고의 53%를 차지했고, 모바일 인터넷 장애가 40%, 음성 통화 장애가 4%를 기록했다. 장애는 NSW, 퀸즐랜드, 빅토리아, 태즈메이니아 등 동부 해안 주요 도시는 물론 지방 지역까지 전국 모든 주와 준주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일부 이용자들은 긴급 서비스 연결조차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텔스트라 자체 고객뿐 아니라 텔스트라 네트워크를 임차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이용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부스트 모바일(Boost Mobile), 빌롱(Belong), 에브리데이 모바일(Everyday Mobile), 탠저린(Tangerine), 알디 모바일(ALDI Mobile) 등 텔스트라 망을 사용하는 업체 고객들도 동일한 장애를 겪었다.
텔스트라 측은 공식 채널을 통해 "일부 모바일 통화와 데이터 연결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조사 중"이라고 밝히며, "처음 연결이 안 되면 재시도하면 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한 기기를 재시작하거나 비행기 모드를 껐다 켜는 방법을 임시 해결책으로 권고했다. 그러나 장애 원인과 복구 예상 시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통신 장애의 여파는 통신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빅토리아주 광역 철도망으로까지 번졌다. V/Line은 텔스트라의 4G 네트워크를 열차 기관사와 관제 센터 간 핵심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통신망이 끊기면서 빅토리아주 지역 열차 전 노선 운행이 무기한 중단됐다. 벤디고, 시모어, 깁스랜드, 질롱, 발라랏 노선 등 빅토리아주 주요 광역 노선이 모두 멈춰 섰으며, 열차들은 가장 가까운 역에 정차한 채 운행을 재개하지 못했다.
V/Line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적인 텔스트라 네트워크 장애로 인해 현재 서비스 운행이 불가능하다"며 "복구 예상 시간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공지했다. 멜버른 서던 크로스 역에서 대체 버스가 일부 운행됐지만 좌석이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V/Line은 승객들에게 가능하면 이동을 미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빅토리아 교통부 신호팀은 운행 중인 버스의 이동을 돕기 위해 교통 신호를 조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연방 비상관리부 장관 크리스티 맥베인(Kristy McBain)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인지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장관은 "텔스트라로부터 다수의 모바일 통화와 연결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V/Line 광역 열차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텔스트라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으며, 피해를 입은 철도 승객들을 위한 조치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관은 아울러 모든 통신사는 주요 장애 발생 시 고객과 긴급 서비스에 반드시 통보해야 하며, 호주 내 휴대폰은 000 긴급 전화를 위해 다른 네트워크로 자동 전환되도록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최근 호주 통신사들의 잇따른 장애 사고 속에서 발생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약 2주 전에는 보다폰(Vodafone) 고객들이 전국적으로 간헐적인 수신 불량과 데이터 장애를 겪었다. 더 심각한 사례로는 2025년 9월 옵터스(Optus) 장애가 있는데, 약 14시간 동안 지속된 이 사고는 4개 주와 준주에서 수백 건의 통화에 영향을 미쳤으며 두 명의 사망자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텔스트라 역시 과거 대형 장애 전력이 있다. 2024년 3월에는 긴급 서비스 연결을 방해하는 대규모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으며, 이 사고로 한 빅토리아주 남성이 심장마비 당시 가족의 긴급 신고가 지연되면서 사망하는 비극이 빚어졌다. 텔스트라는 당시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 3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후 호주 통신미디어청(ACMA)은 올해 3월 통신사들이 장애 발생 시각, 복구 시각, 원인을 상세히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새 규정을 도입했다. 이번 텔스트라 장애는 이 새 규정이 시행된 이후 발생한 첫 대형 사고 중 하나로, 텔스트라가 규정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는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