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다문화주의 지지율 2년 만에 17%포인트 급락…22년 조사 역사상 최대 하락 | 호주나라
호주 다문화주의 지지율 2년 만에 17%포인트 급락…22년 조사 역사상 최대 하락
7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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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의 다문화주의 지지율이 2년 만에 17%포인트 급락하며 로위 연구소 22년 조사 역사상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2026년 로위 연구소 연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의 문화적 다양성이 국가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2024년 90%에서 올해 73%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문화적 다양성이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9%에서 20%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로위 연구소는 이번 하락이 "22년 조사 역사상 단일 사회 이슈에서 기록된 가장 큰 변화"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6년 3월 2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대표 표본 2,01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다만 다문화주의는 여전히 호주인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완전히 부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점도 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원네이션 대표 폴린 핸슨 상원의원이 6월 17일 캔버라 국가기자클럽에서 30년 정치 경력 최초로 연설을 한 직후 결과가 공개됐다. 핸슨 의원은 연설에서 다문화주의를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호주가 '다인종 사회'이지만 '단일문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민이 호주의 주택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하며, 이민자들이 입국 전에 영어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문화 방송사인 SBS를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앤서니 알바니지 총리는 핸슨 의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단일문화로 돌아가자는 것은 실제로 존재한 적도 없는 것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라며 "2026년 호주의 모습을 대변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린스의 사라 핸슨-영 상원의원도 핸슨 의원의 연설이 "실질적인 정책 없이 취약한 호주인들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로위 연구소 공공여론·외교정책 프로그램 연구원 찰스 라이언스-존스는 이번 하락의 배경으로 호주 사회 전반에 퍼진 불안감을 꼽았다. 그는 "호주인들이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이러한 불안감이 사회 변화와 이민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정책 전문가들도 포퓰리즘이나 반다문화 정서의 확산이 경제적·사회적 불확실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같은 조사에서 이민 수준에 대한 우려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55%가 현재 호주의 이민자 수가 '너무 많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 대비 7%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18년에 기록된 이전 최고치(54%)와 비슷한 수준이다. 라이언스-존스 연구원은 "호주인들은 오랫동안 현재의 이민 규모에 회의적이었다"며 "2018년에도 비슷한 수준이 기록된 만큼 이번 결과가 특별히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호주통계청(ABS) 자료에 따르면, 해외 순이민자 수는 2023년 약 5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43만 명, 2025년 30만 6,000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무소속 데이비드 포콕 상원의원은 이민이 '너무 많다'는 여론에 대해 "인프라 부족과 이민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계획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불안감도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졌다. 호주인의 59%가 호주 경제 전망에 비관적이라고 답했으며, 이는 2025년 대비 1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05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다. 또한 응답자의 53%가 세계 안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 역시 조사 역사상 가장 낮은 안전감 수준이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64%가 혜택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답해 2024년 대비 12%포인트 올랐다.
스캔런 연구소의 '사회 결속 매핑' 보고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응답자의 51%가 이민이 너무 많다고 답했고, 48%는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과 다문화주의에 대한 태도가 서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두 이슈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문화주의 지지율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인 다수는 여전히 문화적 다양성을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로위 연구소는 이번 조사 결과가 "다문화 호주의 근간을 지지하면서도 급변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점점 더 신중하고 우려스럽고 비관적으로 변해가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