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약 4개월간 이어진 중동 전쟁을 끝내기 위한 임시 평화협정에 합의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공식 서명식은 오는 6월 19일(금)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에 자리한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며, 파키스탄과 카타르 대표단도 서명식에 참석한다.
파키스탄 총리 셰바즈 샤리프는 지난 15일(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중적인 협상 끝에 미국과 이란 간 평화협정이 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이란 이슬람공화국과의 협정이 완료됐다"고 확인했다. 협정의 핵심 내용은 현재의 미국-이란 휴전을 60일간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모든 선박에 전면 재개통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해협 통항을 금지하고 상선을 공격하는 한편 해협에 기뢰를 부설했다. 전쟁 이전 이 해협을 통해 전 세계 해상 원유 거래량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과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호르무즈 봉쇄를 "국제 원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로 규정한 바 있다.
협정 발표 이후 국제유가는 즉각적으로 하락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5% 하락해 배럴당 78.96달러로 마감하며 3월 이후 처음으로 80달러 선 아래로 내려왔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5.8% 하락해 배럴당 76.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협정 조건에 따라 이란이 협정 서명 직후부터 원유를 즉시 판매할 수 있게 된다는 소식이 유가 하락을 더욱 가속화했다.
호주 소비자들에게도 이번 협정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호주 주요 도시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2.10달러 아래로 내려왔으며, 디젤 가격도 리터당 3달러 미만으로 떨어져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무연 휘발유(ULP) 평균 가격은 지난 한 달 사이 리터당 15.3센트 하락했다. 빅토리아주가 리터당 169.1센트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주유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도 지난 12일 발표한 주간 연료 가격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지난 한 주 동안 주요 수도 도시의 평균 소매 휘발유 가격이 분쟁 이전 수준이거나 그 아래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경제 전문가들은 평화가 유지될 경우에도 영향을 받은 원유의 80%가 다시 공급되기까지 약 6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협정에는 여전히 불확실한 요소들이 남아 있다. 협정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 처리 문제는 향후 60일간의 협상에서 다루기로 했다. 이란 측은 미국이 동결된 이란 자산을 해제해야만 핵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어 양측 간 이견이 남아 있다. 또한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공식 휴전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어 협정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중 하나인 독일의 하파그로이드(Hapag-Lloyd)는 평화협정 전망을 "우리와 선원들, 고객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하며 해협에 묶여 있는 자사 선박 4척이 이번 주말 통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최대 유조선 운영사 측은 실제 해협 통항 정상화까지는 단순한 협정 서명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이번 합의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