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로 치솟은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연료세 인하 조치가 오는 6월 30일 자정을 기해 종료된다. 이에 따라 7월 1일부터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리터당 최대 30센트 안팎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정부는 지난 3월 30일 국가내각 회의를 소집한 뒤,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3개월간 연료세를 50% 인하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 조치로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소비세가 리터당 52.6센트에서 26.3센트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소비자들은 주유 시 리터당 약 26.3센트의 혜택을 받아왔다. 65리터 탱크 기준으로 한 번 주유할 때마다 약 19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16달러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급격히 불안정해진 데 있다. 호주는 정제 연료의 약 80%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구조여서 국제 유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당시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일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50달러를 넘어서자 정부가 긴급 대응에 나선 것이다.
7월 1일부터는 소비세가 원래 세율인 리터당 52.6센트로 되돌아간다. 여기에 소비세 인상분에 대해 10%의 부가가치세(GST)가 추가로 붙기 때문에, 실제 주유소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상폭은 리터당 약 28~30센트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55리터 탱크 기준으로 한 번 주유할 때마다 약 16달러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NRMA는 현재 유가 흐름을 바탕으로 7월 시드니의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1.99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되기 전보다 약 40센트 높은 수준이다. 경유의 경우 리터당 2.37달러까지 오를 수 있으며, 이는 전쟁 이전 대비 65센트 높은 가격이다. 다만 NRMA 대변인 피터 쿠리는 국제 원유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인상폭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가 연료를 주로 수입하는 아시아 지역 시장에서 가솔린 관련 지표는 13%, 경유 관련 지표는 17% 하락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의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엇갈린 신호가 나오고 있다. 재무장관 짐 찰머스는 이 조치를 한시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최근 연방 예산안에서 연장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반면 재무부 장관 케이티 갤러거는 "총리가 이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어떤 결정을 내리든 국민에게 충분한 사전 공지를 할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교통부 장관 캐서린 킹은 ABC 뉴스에 출연해 "현 시점에서는 6월 말 종료를 예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료세 인하 조치의 종료는 가계 생활비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운송업체들이 높아진 연료비를 제품 가격에 전가할 경우 식료품을 비롯한 각종 물가도 함께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료세 인하 종료와 함께 대형 화물차에 부과되는 중량차량 도로이용료도 함께 재개될 예정이어서 물류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2022년 모리슨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했을 당시 6개월간 연료세를 인하했던 전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됐다. 당시에도 조치 종료 직전 주유소들이 가격을 미리 올리는 현상이 나타났던 만큼, 이번에도 6월 30일 이전부터 가격이 선제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연료세는 매년 2월과 8월 두 차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해 자동 인상되는 구조다. 다음 인상 예정일은 오는 8월 4일로, 7월 1일 세율 환원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어 운전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