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전국 주요 도시의 주택 경매 낙찰률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지며 부동산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 리서치 기관 코탈리티(Cotality)의 예비 집계에 따르면, 6월 21일로 끝난 주간 전국 주요 도시 합산 경매 낙찰률은 47.4%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시장 전반에 걸쳐 매수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별로 살펴보면 시드니의 낙찰률은 47.4%로, 전주의 52.8%에서 5.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시드니 주택 가격은 최근 4주 동안 1.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멜버른은 50.6%로 간신히 절반을 넘겼지만, 브리즈번은 33.3%에 그쳐 전주의 42%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퍼스와 애들레이드는 각각 40%, 캔버라는 47.1%를 기록했다. 특히 애들레이드의 경우 전주 56.6%에서 급락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5%와 비교하면 하락 폭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낙찰률 급락의 배경으로는 연방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발표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알바니즈 정부는 지난 5월 12일 발표한 2026~27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2027년 7월 1일부터 기존 주택에 대한 네거티브 기어링 혜택을 제한하고, 양도소득세(CGT) 할인율을 기존 50%에서 30%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축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만 네거티브 기어링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네거티브 기어링은 임대 부동산에서 발생한 손실을 급여 등 다른 소득과 상계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제도로, 오랫동안 호주 부동산 투자 시장을 지탱해 온 핵심 세제 혜택이다.
한편 경매 낙찰률 하락이 세제 개편 발표 이전부터 이미 진행 중이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제로 낙찰률은 예산안이 발표된 5월 12일 이전인 4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최근 12주 가운데 10주 동안 60% 아래에 머물렀다. 이는 호주중앙은행(RBA)의 잇따른 금리 인상이 매수 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데다, 세제 개편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관망세를 더욱 짙게 만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코탈리티의 리서치 디렉터 팀 로리스(Tim Lawless)는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주택 가격이 다시 오르려면 경매 낙찰률이 65% 이상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당 내각의 한 고위 장관은 낙찰률 하락이 오히려 주택 구입 여건 개선을 의미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내놓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웨스트팩(Westpac)은 이번 세제 개편 발표 이후 투자자 수요가 2026년 중반부터 급격하고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시드니 주택 가격이 3% 하락하고 멜버른은 4%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 경우 전국 주요 도시 전체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웨스트팩은 올해 8월과 9월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하방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낙찰률 하락이 경매 자체의 쇠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호주부동산협회(REIA) 회장 제이콥 케인(Jacob Caine)은 경매가 여전히 많은 시장에서 효과적인 매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낙찰률이 낮아지면서 판매자들이 경매 캠페인 도중 사전 제안을 수락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경매 마케팅의 장점은 활용하되 낙찰률 하락에 대응해 보다 유연한 매각 방식을 택하는 판매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드니와 멜버른의 매물 수는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어 구매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금리 부담과 세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 회복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